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사건이 잇달아 발생한 이후 초등학교 교문 앞은 하교시간에 맞춰 자녀를 데리러 온 어머니들로 붐빈다고 한다. 그런 기사를 접할 때마다 자녀를 데리러 직접 갈 수 없는 부모들, 특히 일하는 어머니들의 마음은 어떨까 생각해 본다.
일터에서의 성평등을 위해 제정되었던 ‘남녀고용평등법’이 올해 6월 22일부터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바뀌면서 3세 미만의 자녀를 위해 육아휴직이나 근로시간 단축을 택할 수 있게 되었다. 여성들은 결혼만 해도 강제 퇴직당하던 20여년 전에 비해 놀라운 발전이 아닐 수 없다.
노동부의 발표에 의하면 출산휴가를 낸 여성근로자 대비 육아휴직자의 비율이 2004년 24.1%에서 지난해 36.3%로 증가했고, 올해 1~5월에는 40.2%로 늘어 10명 중 4명은 출산휴가 후 육아휴직을 사용한다고 한다. 이제 어린 자녀를 키울 때는 근무시간 조절도 가능하게 되었으니, 그야말로 기혼여성의 일·가정 양립이 한 단계 더 실용화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일하는 여성들의 고민은 자녀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오히려 더 심각해지는 것 같다. 초등학생 자녀를 위해서는 방과 후에 부모 퇴근시까지 혼자 집에 있도록 하거나 학원을 몇 군데 보내는 방법(소위 학원 뺑뺑이 돌리기) 밖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주변에 자녀를 돌보아 줄 친인척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얼마 전 본원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경기도 초등학생의 27%가 방과후 집에서 혼자 또는 형제 자매끼리 지내며, 일하는 어머니의 경우에는 그 비율이 4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러하다보니 경기도에서 9월부터 도입을 추진 중인 ‘24시 다기능학교’에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학원이 아닌 초등학교에서 부모 퇴근시까지 맡아서 보호해 준다면 그보다 더 신뢰가 가는 방안은 없을 것 같다. 우선 학교라는 공공기관에 대한 믿음과 선생님, 보육강사 그리고 지역의 인적자원이 함께 어우러져 운영하는 프로그램이라면 부모들이 마음놓고 일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야근이나 출장 등으로 밤에도 보호가 어려울 때는 쉼터나 어린이돌보미의 집에서 재우고 다음날 아침 등교까지 보호해 준다면 얼마나 안심이 될까. 경기도의 시범사업이 성공해 전국적으로 확산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