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돈과 작은 돈

신현옥 치매미술치료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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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원은 노인에게 매우 큰 돈입니다. 특별히 수입이 없으신 어르신들에게는 5천원 뿐만 아니라 단돈 몇 천원도 매우 귀하고 또 귀한 돈입니다. 5천원이면 일상에서 한끼 식사로 지불되는 정도의 돈이지만, 어렵게 폐지를 모아 용돈을 마련하시는 어르신들이나 꽃배달을 통해 용돈을 마련하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소소한 일들로 용돈을 장만하시는 분들에게는 결코 작은 돈일 수 없습니다.

한 번은 복지회관에서의 일 입니다.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5천원 정도의 비용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그 비용이 없어서 무료 프로그램만 찾아다니시는 어르신들을 적지 않게 뵙기도 합니다. 실제로 나이가 들고 노령세대에 진입하면서 어르신들에게도 생활비는 여전히 적지 않게 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어르신들은 자신의 자녀들을 위해 전 재산을 사용하고 노후자금을 준비하지 않은 까닭에, 정작 어르신들은 생활의 곤란을 겪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런 입장에 계신 어르신들께서는 대개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5천원을 달라 하지 않습니다. 혹시나 자녀들에게 부담이 될까봐 그것조차 내색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너무도 우리 주위에는 많습니다. 그저 동네 공원에 앉아서 이야기만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의 모습이고, 혹은 준비 없이 맞이할 우리 노년의 모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안타까운 마음은 우리에게 작은 생활의 변화를 요구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르신들에게도 작지만 알찬 소일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여가활동과 함께 적지만 용돈을 벌 수 있는 일들이 어르신들에게 더욱 필요할 것입니다. 필자 역시 치매미술치료협회 일을 하면서 어르신들과 함께 그림을 그리고, 얼굴에 그림을 그려주는 페이스페인팅을 합니다. 그것을 통해 약간의 수익금과 그림 그리는 즐거움 그리고 후원을 통해 보람을 나누어 가지고는 합니다. 이러한 작은 생활의 변화가 우리 주변의 어르신들에게 보다 더 활성화 될 때 우리의 삶이 행복에 보다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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