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연기다!” “가스차다” “연막탄이다” 골목길을 메우는 연기 속을 소릴 지르며 아이들이 줄줄이 따른다. 여름이 되면 으레 나타나는 풍경이다. 더운 여름 낮 동안 생업에 시달리다, 저녁엔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봉사하는 새마을 일꾼들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그런데 이젠 이 방역소독을 별로 달가워 하지 않는 시선들이 생겼다.
언젠가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고 있을 때였다. 방역차 소리와 함께 연기가 조금씩 스며들기 시작하자 음식점 주인과 종업원이 부리나케 창문들을 닫았다. 그리고 옆의 식탁에서 갑자기 ‘탁!’ 하고 무언가를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들렸다. “이거, 요즘이 어느 시댄데, 아직도 이런 걸 뿌려대는 거야. 밥맛 떨어지게 말이야.” 그러자 주인이 “아이쿠, 죄송합니다. 손님.” “주인장이 죄송할 거 없지요. 이건, 완전 유신시대 잔재야. 일시적으로 당장 앞에 보이는 현상만 가리는 수법일 뿐이지. 근본적인 걸 처리해야지.”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의 말도 옳았다. 이 방법은 일시적일 뿐이다. 그 수고와 비용을 생각한다면, 효율적인 면을 따진다면 어느 정도 괜한 작업이기도 하다. 아파트 지역에선 중간층까지만 효과가 있을 뿐이요, 고층에는 별로 소용이 없다한다. 또한 그 효험이 한 두 시간에 지나지 않으므로 지속적이지도 못하다.
언젠가 학생들의 여름캠프에 참가한 적이 있다. 예의 방역차가 주위에 샅샅이 연기를 뿌려 주었다. 아이들이 환호를 질렀다. 그러나 행사가 끝나갈 무렵, 아이들로부터 고통스런 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팔뚝과 목을 연신 두드려대며.
그리고 음식점 등에서는 냄새가 스며 맛을 떨어뜨리게 되어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게다가 방역기의 소음 때문에 귀를 틀어막는 어린아이들도 있다.
이렇게 부정적인 면이 드러나게 되면 이를 개선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요즘은 유기농 시대요, 웰빙 환경의 시대, 실용주의 시대이다. 이런 데 쓰는 시간과 노력과 제반 경비를, 장구벌레의 천적 중 하나인 미꾸라지를 길러 각 논이나 하천에 방사하는 일에 쓰는 게 어떨까. 농약 안 쓰고, 모기도 없애고, 미꾸라지는 나중에 식용으로도 쓰고, 봉사하는 사람들은 더욱 효과적인 데 시간을 쓰고, 방역연기로 인해 손해를 보는 사람도 없어지고.
박 훈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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