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시장 참여, 헤지원칙에 충실해야

권재형 한국협업기업협회장
기자페이지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에 가입한 중소기업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키코로 인한 피해액이 2조5천억원에 달하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피해가 1조9천억원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키코는 선물시장보다 더 높은 가격에 달러를 팔 수 있는 상품이다. 이 시장은 정상대로 작동한다면 기업이 수출을 통해 벌어들인 달러를 제 값을 받고 팔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수출 중소기업들은 이 한 가지 단면을 보고 너 나 할 것 없이 상품을 사들였다.

하지만 키코의 이면에는 일정 환율대를 벗어났을 때 시장 환율보다 높은 환율로 달러를 사서, 그것도 계약금액보다 많은 물량을 되팔아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당초 약정한 환율대를 훌쩍 뛰어넘었고, 중소기업들은 계약조건에 따라 엄청난 손실을 보았다.

이 대목에서 기업들이 크게 간과한 부분이 있다.

기업에게 선물, 옵션 등 금융 파생상품의 주된 기능은 헤지(위험회피)이다. 수익이 개입되는 순간 헤지는 투자로 정반대의 모양을 하게 된다. 금융권에서 위험에 대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고, 정부가 고환율 정책을 운용하면서 기업들의 손실이 커졌다는 사실이 크게 부각됐지만, 이는 부차적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투자 결과에 대한 책임이 투자자에게 있다는 것이다.

환헤지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선물이다.

미래 어느 시점에 일정 환율로 외환을 사거나 팔 수 있도록 하는 선물 계약은 기업이 부담할 수 있는 만큼의 손실 또는 투기라고 볼 수 없는 정도의 수익을 발생시킨다. 손실이 나더라도 기업의 재무계획에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엄밀히 따지면 손실이 아닐 수도 있다.

정보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선물이라는 안전판을 놔두고 옵션이라는 수익모델을 선택한 데서부터 문제의 소지가 있다. 더욱이 모든 금융상품과 파생상품의 투자가 약관에 근거하는 만큼, 금융권이 위험에 대한 고지를 소홀히 했다고 해서 기업이 책임을 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이 불안할수록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보다 원칙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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