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나라가 쇠고기 문제로 혼돈에 빠져있다. 국민들이 광우병 걸리기를 바라고 정부가 쇠고기 협상을 했을 리는 없을 것이다. 국익을 위해 협상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민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협상과 관련된 내용을 국민에게 올바로 전달하지 못하는 바람에 현 사태가 초래되었다. 결국 국민들과의 불소통(不疏通)이 그리고 국민 정서를 대통령에게 제대로 간(諫)하지 못한 측근들이 오늘의 혼란을 만든 것이다. 급기야 새 정부 취임 100일 만에 총리이하 내각 전원이 사의를 표하였고 청와대 주요 수석들의 사퇴도 이어질 전망이다. 그 와중에 집권 실세들 간의 책임 공방은 권력 내부의 파열로 비쳐지고 있어 이래저래 대통령으로서는 사면초가(四面楚歌) 상태다.
며칠 전 대통령이 추기경을 만나 청와대 수석이나 장관 등의 인사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부합하는 도덕적 기준을 소홀히 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고 한다. 나름대로 일 잘하는 사람을 뽑았으나 국민들 정서를 간과하였다는 것이다. 청와대 수석들이 대통령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제대로 말 도 못한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는 양약고구(良藥苦口)란 말이 있다. 사기(史記) 유후세가(留侯世家)에 나오는 말로, 공자는 “좋은 약은 입에 쓰지만 병에는 이롭고, 충고하는 말은 귀에는 거슬리지만 행실에 이롭다. 은 나라 탕왕(湯王)은 바른 말을 하는 충신이 있었기에 번창했고, 하의 걸왕(桀王)은 무조건 따르기만 하는 신하들이 있었기에 멸망했다. 그러므로 임금이 잘못하면 신하가 간(諫)해야 한다. 이래야만 나라가 위태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곧 정부와 청와대에 대한 대대적 인적 쇄신이 있을 것이다.
이제 새롭게 대통령과 함께 일하게 될 사람들은 대통령에게 사실을 간(諫)할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지도자는 쓴말을 들을 줄 알아야 한다.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우긴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고 권세를 함부로 부리는 것을 비유한 말이다. 측근들은 지록위마의 권세를 부려서는 안 된다. 사슴을 사슴이라 말 할 수 있는 소신 있는 인사를 뽑아야 한다. 또한 그 자리가 몸에 맞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 정서에 맞는 인물이 되어야 한다. 잠시 분열됐던 국민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이 기대했던 경제 살리는 대통령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전문순 경기신보 상임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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