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12월 부천북중학교에 근무할 때였다. 어렵게, 아주 어렵게 겨우 3학년 봉사활동의 기회를 얻어 학생들을 인솔하고 음성 꽃동네를 다녀왔다. 그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집에서 귀여운 아들, 딸로만 자라다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처음으로 한다는 점에 들떠 있었다.
연수원 앞에는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입니다’라고 새겨진 돌비석이 눈에 확 들어왔다.
다음 날 우리들이 찾아간 방엔 앞 못보고 귀도 안들리는 노인, 팔이 한 쪽 없는 분, 다리가 한 쪽 없는 분, 침대에 누워 있는 분, 다리를 절룩거리는 분, 이런 분들을 보는 순간 봉사활동의 설레임은 천리만리 달아나고 있었다. 어디 이런 사람들이 있을까!
그러나 학생들은 인내심을 갖고 잘도 참으며 열심히 했다. 방마다 4~5송이씩 피어난 꽃송이들의 향기에 취해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열심히 꽃송이를 어루만져 주기도 하고, 밥을 먹여주기도 하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며 청소를 열심히 해드렸다.
어느덧 2박 3일 봉사활동이 끝나고 퇴소식이 있었다. 그룹 번호를 추첨하여 봉사활동 소감을 발표하는 시간이 있었다. 모두들 올 때는 ‘나도 이제 드디어 남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날이 왔구나’ 했다가도 막상 지체부자유한 사람,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만나니 겁부터 나고 두려웠다고 고백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 생각한 대로 봉사활동을 못하고 그분들을 오히려 피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발표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말하고 있었다. 입소식장이 기대와 설레임의 장소였다면 퇴소식장은 후회와 반성의 서글픈 장소였다. 그것은 참다운 봉사활동의 어려움을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봉사활동은 학교 교육과정에도 있다. 의무적으로 시키기 위해 점수도 부여하고 있다. 이것은 봉사활동이 교실에서 실시하는 학습활동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 이수만으로는 봉사활동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봉사활동, 교실에서 배우는 지식교육보다 나보다 못한 사람들을 돌보고 사랑해주는 행복감을 맛볼 수 있는 보람찬 시간들, 이런 봉사활동을 많은 가족들이 신청해서 이번 여름방학부터 실시했으면 좋겠다. 꽃동네가 안 되면 지역별로 노인복지회관이나 보육원 등에 신청해서 가족단위로 실시하면 가족간의 화목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에 대한 배려도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이준섭 광문중학교 교장·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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