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걷는 인간들

이윤필 수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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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이 짙어가는 6월에 천둥 번개를 동반한 먹구름이 장마가 시작됨을 알려준다. 논에는 개구리 울음 소리가, 산과 들에는 풀벌레와 각종 곤충들이 대자연의 향연을 합창과 앙상블로 노래하고 있다. 개체수가 늘어나면서 먹이사슬의 왕성한 사이클이 시작되었다. 풍부한 먹이감이 넘쳐나면서 들판에는 날짐승들의 짝짓기와 번식이 종족의 유지를 위해서 경이롭게 이어져간다. 그러고 보니 우리 인간들과 하등동물인 벌레와 곤충들이 한여름에 채소와 산나물을 먹고 사는 모양새가 참으로 닮은 꼴이다.

또 가을이 되면 열매도 같이 나누어 먹는다. 길가에 늘어선 정자나무 뿌리가 땅속으로 머리를 두고 맛있는 물을 마시며 나무줄기에게 묻는다. “줄기야! 고맙다고 전해주어라 나뭇잎에게….”

태양의 빛을 광합성 작용을 통하여 생명의 에너지로 나에게 전해주니 지치지 않으며, 이렇게 살아갈 수 있단다. 나는 언제나 시원한 그늘에서 달고 맛있는 물을 마실 수 있으니 제일 행복하단다. 또한 나는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단다. 장마에 물이 많아져도 평소보다 조금 더 먹기는 하지만 욕심을 부리지는 않는단다. 나도 많이 먹으면 인간들처럼 배탈이 나고 물러 터져서 벌레들이 들끓어 살 수가 없지. 그러니 넘쳐나는 물을 흘려보내야 나도 살고 다른 식물들이 함께 살 수 있단다. 분수를 모르는 인간들이 나의 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

줄기야! 매미도 아침이슬 너무 많이 먹지 말고 노래 좀 하라고 해라. 많이 먹고 무거워서 날지 못하면 아마도 날짐승의 먹이가 될지도 몰라, 욕심을 버리면 더 오래 행복하게 노래하며 살 수 있을 거야.

나무뿌리가 볼 때 인간이 가장 미련하고 잔인하며 아이러니하게도 제일로 욕심이 많은 고등동물이 아닐까 싶다. 물론 입장 차이일 수는 있겠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들의 얄팍함과 끝없는 탐욕이 커다란 재앙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분수를 지키며 살아가는 우직한 나무뿌리만이 알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요즘 사회적으로 정치적으로 반목과 대립의 난무가 심각한 수준이다. 이해와 타협은 집단의 이기주의와 인간의 욕심에 가리워져 있고 본질이 왜곡되어지는 권모술수도 수위를 넘고 있다. 과장되고 호도되는 인간들의 가면을 벗어야 진정 밝은 사회가 되 선진화된 시민의식으로 발돋움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이해관계 따라서 극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나무뿌리와 인간처럼, 바라보는 시각과 방향은 다르지만 흘러가는 세상 이치의 본질은 만고의 진리가 같으매 지혜로운 신의 뜻과 깨달음을 그대에게…. 그대에게 주고 싶다.

이윤필 수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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