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오르는 이유

송석봉 수원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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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동료들과 함께 산에 올랐다. 휴일인데다 날씨도 좋아 산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다른 많은 사람들처럼 나도 시간이 나면 산에 오르곤 한다. 하루 종일 앉아 있느라 고생시킨 다리도 풀어줄 겸, 내 몸과 마음에 쌓인 찌꺼기들도 덜어낼 겸 산에 오르는 것이다.

산에 오르는 이유는 ‘건강을 위해서’라는 것 말고도 참 다양한 것 같다. 외국 유명 산악인은 ‘산이 거기 있어 오른다’라고 말했고, 어떤 이들은 ‘내 자신을 만나기 위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내게도 산에 오르는 조금 다른 이유가 하나 있다. 바로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이다.

그동안 집 문제로, 또 직장 때문에 몇몇 낯선 도시에 살 기회가 있었다. 낯선 도시에 가게 되면 내가 맨 처음 하는 일 중 하나는 그곳에 있는 산에 오르는 일이다.

버스를 타고 그곳 사람들이 즐겨 찾는 산에 이르러 조그마한 봉우리에 올라간다. 이왕이면 그 도시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자리에 가서 이곳저곳 건물이며 길들을 보며 인사를 나눈다. 좋은 일이 있기를 기원해 보거나 마음을 가다듬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내려와서는 그곳 주민들 옆자리에 앉아 그곳에서 나는 재료로 만들었을 음식을 먹는다. 이렇게 그곳의 공기와 음식을 맛보며, 사람들, 자연과 인사를 나누고 나면 긴장했던 마음이 느긋하게 풀어진다.

운동 전문가들은 운동을 시작하기 전 준비운동은 필수라고 말한다. 뻣뻣한 몸을 미리 풀어줘야만 운동하는 동안 다치지 않고 그 효과 또한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운동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준비운동이 필요한 것 같다. 사는 곳을 옮기는 것뿐 아니라 새로 사람을 만날 때, 직장이나 학교를 옮길 때나 새로이 가족을 꾸릴 때, 잘 해나가고자 하는 열망과 기대, 처음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이 겹쳐 몸과 마음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면 산에 올라 인사를 나누는 일은 내게 ‘몸과 마음의 준비운동’이었던 셈이다. 이런저런 일로 어깨나 목이 뻣뻣할 때 자신만의 준비운동을 해보는 건 어떨까. 어느덧 몸과 마음이 편하게 풀려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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