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풍양묘장, 퍼주기 아닌 1석3조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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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3일 김문수 경기도지사를 단장으로 한 경기도 대표단의 일원으로 개성시 개풍양묘장 준공행사에 다녀왔다.

경기도가 남북협력사업으로 북한의 산림자원 복원을 위해 개성시 외곽 개풍동 일대 9ha에 온실양묘장, 관리동, 창고, 차고, 태양광발전시설 등을 갖추고 이날 준공식을 가진 것이다.

한 때 개성관광이나 금강산관광을 다녀왔던 사람들의 입에서 회자됐던 얘기 중 하나는 북한의 헐벗은 산이었다. 비무장지대 북방한계선을 지나 북측으로 들어서면 가장 크게 달라지는 풍경이 바로 나무 한 그루 없는 민둥산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북한의 산림이 황폐화된 것은 1970년대 식량증산을 위해 산을 깎아 ‘계단식 다락밭’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그 시초다.

또한 에너지 부족에 따라 땔감을 얻기 위한 남벌(濫伐)도 핵심요인으로 꼽힌다. 깎아지른 벼랑에까지 다락밭을 만들고, 목탄차로 바뀐 화물차들을 움직이기 위해 나무를 잘라 숯을 만들었으며, 수십 년 간 취사와 난방을 땔나무에만 의지해 왔으니 산에 나무가 남아날 리 없는 것은 당연하다.

그 결과 북한은 수해에 무방비 상태가 돼 버렸다. 1995년 100년 만의 대홍수는 520만의 이재민과 150억 달러의 피해를 냈다. 어느 정도 비만 내려도 대규모 수해로 이어졌고, 이는 북한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다.

북한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 산림녹화가 우선적으로 요구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남측에서 아무리 지원을 해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고 공장이 지어진다 해도 수해를 제대로 막지 못한다면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경기도가 북측과 함께 개풍양묘장을 준공한 것은 산림녹화, 수해예방, 경제회복이라는 1석3조의 효과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북한의 헐벗은 산을 녹화하기 위해 매년 묘목을 지원하는 대신 묘목 생산 방법을 가르쳐 주어 자력으로 산림녹화를 추진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과거 퍼주기식의 소모성 지원과도 크게 다르다.

앞으로 개풍양묘장에서는 오는 2011년부터 소나무, 백합나무, 상수리나무 등 매년 150만 그루 이상의 묘목이 안정적으로 생산돼 북한의 산림녹화사업 현장에 공급될 예정이라고 한다. 벌거숭이 산이 다시 푸르게 된 적이 없다는 상식을 깬 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산림녹화사업이었다. 10년, 20년 뒤 개풍양묘장이 북한 산림녹화의 기적을 일구어 내는 발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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