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가 우선이다

천인기 부천상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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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연의는 중국의 위, 촉, 오 세 나라의 역사를 바탕으로 나관중이 지은 장편 역사소설이다. 유비와 조조, 손권이 천하 통일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이야기 속에는 소설 특유의 재미는 물론이고 전략, 처세술, 리더십 등 우리 사회에 적용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이 포함되어 있어 수세기의 역사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며, 현대인들도 꼭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소설로 꼽히고 있다.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천하를 논하지 말라는 말도 있지만 그만큼 삼국지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는 뜻이리라 생각한다.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는 삼국지 속에서도 각각 저마다의 독특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국가를 세운 유비와 조조, 손권은 당대의 영웅이라 할 수 있다. 이들 중에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높은 평가를 받는 영웅은 유비이다. 유비는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진 않았지만 대신 무한한 신뢰를 통해 인재의 마음을 얻을 줄 아는 인물이었다. 특히 유비가 제갈량을 영입하는 삼고초려 부분과 그를 영입한 뒤 제갈량이 참가한 첫 전투에서 유비가 보여준 완전한 신뢰는 제갈량의 무한한 충성과 더불어 삼국지를 읽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는 결정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이 자리를 빌어 필자가 유비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도 신뢰의 문제가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확보해야 한다, 범죄를 예방해야 한다, 경제를 살려야 한다, 안보를 튼튼히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각각 세부적인 내용은 다르지만 결국 이 모든 문제들은 신뢰의 문제로 연결된다.

그러나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국민들이 정부에 문제 제기를 하면서도 정작 이와 같은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정부에서 고심 끝에 내놓는 정책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정부에서 국민들과의 의사소통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점이 있겠지만, 국민들 역시 정부에서 추진하는 정책이 어느 정도 타당하다면 신뢰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백성들이 먹을 양식이 넉넉하고 국방력이 튼튼하면서 백성들이 신뢰해 주면 잘 하는 정치다”라고 얘기한 공자는 그 중에서도 제일 우선되는 것은 군사나 식량이 아니라 백성의 신뢰라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면, 우선 국민들이 정부를 신뢰해 주어야 훌륭한 정치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훌륭한 정치는 정치가가 아니라 국민들의 손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아야 할 것이다.

천인기 부천상의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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