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장애인부모회는 매년 수원시의 지원을 받아 봄, 가을로 장애자녀와 부모들이 하루 일정으로 기차여행을 간다. 작년 가을 기차여행에 동행하셨던 노인 장애인과 장애인팀장께서 아이들이 너무 점잖고 의젓하며 부모님들도 너무 밝아서 놀랐다고 말씀하셨던 일이 있다.
개인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장애부모들은 밝고 씩씩하다. 물론 이렇게 밝은 표정을 갖기까지는 많은 과정을 거친다. 자녀가 장애진단을 받은 후 충격, 부정, 분노, 우울, 수용 등의 단계를 거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채로 어렵고 긴 시간을 이겨내면서 부모들은 차츰 변화해 간다.
죽을 만큼 힘든 순간을 보내고 나면 비로소 상황을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고, 상황을 바꿀 수 없으면 생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상처를 적게 받는 법도 배워가고, 늘 아이에게 매어 있으면서도 자투리 시간을 쪼개어 자신에게 투자하는 부지런함도 배운다. 아이로 인해 내가 먼저 다가가고 고개 숙일 줄 아는 겸손함도 배우게 되며, 작고 사소한 일에도 감사할 줄 알게 된다. 힘들고 우울한 모습만 보이면 상대방이 부담스러워 할 것을 알기에 아무리 힘들어도 웃을 줄 아는 지혜도 생긴다.
아이 때문에라고 불평을 하면 모든 일이 그런 것 같아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가 미워지면 스스로가 더 미워 견딜 수가 없어진다. 그래서 아이 덕분에라고 감사할 거리를 찾으며, 내가 아프니 남의 작은 아픔도 돌아보는 사이에 조금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어간다.
또한 매일이 전쟁처럼 힘들고 바쁘니 강하고 용감해지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다. 나 하나의 잘못으로 장애부모는 다 그렇다고 확대 해석되기라도 할까봐 늘 조심하며 살아가게 되고,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공부도 열심히 하게 되며, 나눔과 베품을 실천하는 많은 사람들과 만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에게서 삶의 아름다움을 배우게 된다.
때론 마음가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많은 어려움이 우리의 삶을 고단하고 아프게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웃을 수 있는 까닭은, 남들에게는 아주 평범하고 작은 일이 우리에게는 큰 행복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덩치는 커가지만 마음은 늘 어린 아기처럼 맑고 순수한 아이들, 그 아이들의 엄마이기에 오늘도 우리는 씩씩하게 살아간다. 매일이 전쟁이지만 또한 매일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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