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로 연일 온 나라가 시끄럽다. 더구나 이것이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이뤄지지 않는 빌미가 되고 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여기에서 기존에 제기되었던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나온 쇠고기, 위험 부위 등에 대해 다시 왈가왈부할 생각도 없고, 과학적 근거를 논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일부러 광우병이란 말도 삼갔다. 과학적 근거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할뿐더러 밀가루로 만든 약이라도 약이라고 생각하고 먹으면 일정한 효과가 난다는 플라세보 효과라는 것도 있으니까 현재의 쇠고기 문제에 대한 태도가 과학적인 것인지를 논할 생각도 없다. 마치 만두 파동, 닭고기 파동 때처럼 이 문제는 아마도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진정될 것 같다. 다만 소비자로서 쇠고기 문제에 대해 떠오른 한 또 다른 생각이 있어서 언급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더 세분화된 시장의 진전이다.
E-마트에 매장을 마칠 무렵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붐비는 것을 보고 놀란 일이 있다. 알고 봤더니 신선도가 생명인 생선과 같은 상품들을 다른 시간보다 더 싸게 처분하기 때문이었다. 많은 주부들이 일부러 이때를 기다려 장을 보러 왔던 것이다. 이와 비슷한 일은 다른 곳에서도 일어난다. 유통기한이 하루 이틀 밖에 남지 않은 식품만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곳도 있다.
이런 현상은 달걀의 유통에서도 나타난다. 품질이 다르지만 서로 섞여 있고 값이 똑같은 달걀들을 파는 경우, 사람들이 와서 일단 눈으로 식별할 수 있는 더 좋은 품질의 달걀을 골라가기 때문에 품질이 떨어지는 달걀은 더 긴 기간 동안 재고로 남는다. 물론 쉽게 식별되지 않는 좋은 특성의 달걀이 이런 달걀들 속에 있으면 제 값을 받기 어렵다.
그런데 달걀의 품질을 구별해 주는 제도를 시행하자 등급이 떨어지는 싼 달걀도 더 값이 싸다는 매력을 안고 있어 팔리는 속도가 빨라졌다. 유정란 등 식별이 어려운 달걀들의 좋은 특성도 제 값을 받기 위해 이런 정보를 앞세운 새로운 브랜드로 출시된다.
그렇다면 쇠고기 문제도 이런 방식으로 풀어갈 수 있지 않을까? 소비자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쇠고기에 대한 정보에 목말라 있고 이의 부족으로 단순히 수입산 뿐 아니라 국내산 쇠고기 수요를 줄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알았더라면 장을 봐와서 식탁에 올랐겠지만 실제로는 장바구니 속에 들어가지 못한 쇠고기가 많았을 것이다. 정보의 부족으로 거래 기회가 사라진 것은 아쉬운 일이다. 안전을 최우선하는 사람들은 그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부위나 연령대의 것은 좀 더 높은 가격에 사고, 그런 발생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는 위험 정도는 감수하고 오히려 이를 값싸게 쇠고기를 즐길 기회라고 여기는 사람들은 더 값싸게 쇠고기를 즐길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생산이라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 속성을 지닌 것의 생산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컴퓨터에 어떤 소프트웨어가 들어가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듯이, 물리적으로 똑같은 쇠고기라도 그 쇠고기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드러난 것은 더 비쌀 수 있다. 이처럼 이런 정보의 생산에는 일정한 비용이 들지만 이것이 쇠고기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를 회복하여 쇠고기 문제를 풀고 더 나아가 쇠고기 시장을 발전시키는 길이 아닐까? 만약 생산과 유통과정에서 정보가 왜곡될 가능성을 소비자들이 의심한다면, 이런 분야야 말로 축산농가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 유망한 정보생산 방식이 될 수 있다. 축산분야 기업가들의 혁신을 기대해 본다. 아울러 쇠고기 수입문제의 빌미가 일정 부분 정부에도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정부의 관심도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의 축산업은 특히 돼지고기는 수입 개방에 부위별 등급별 판매 등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대응한 바 있다. 이번 쇠고기 문제가 우리 축산업이 한 단계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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