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수입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31.3% 상승해 9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폭등이 주원인이라는 분석이다. 굳이 이 같은 통계가 아니더라도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심각하다 못해 경영위기로 인식될 정도다. 오죽하면 영원한 을(乙)일 수밖에 없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을 상대로 납품 중단을 선언하는 파격이 연출되고 있겠는가.
이런 가운데 정부의 고환율 정책은 중소기업들에게 또 다른 걱정거리다. 물론 수출기업들은 환율 상승이 반갑다. 보는 각도에 따라 고환율 정책은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연장선일 수 있다.
새정부 출범 초기 가시적인 경제성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는 정책당국으로서는 수출을 진작할 수밖에 없다는 사정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수출보다 내수에 기업의 명운을 건 대부분의 중소기업들이 막다른 길로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07년 기업경영분석 결과’를 보면, 제조업의 수출 의존도가 대기업은 55.3%에 달하는 반면 중소기업은 21.1%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의존도는 지난 2004년 27.8%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3년 연속 하락 일변도를 걷고 있다. 이같은 현실에서 지난해 내수기업의 매출액 증가율이 수출기업을 크게 상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면에서는 수출기업이 보다 양호했다는 분석은 의미심장하다.
수출기업은 매출액 증가율이 0.9%에 그친 반면 매출액 영업이익 증가율은 1.0%였다. 그러나 내수기업은 4.9%의 매출액 증가율에도 불구하고 매출액 영업이익 증가율은 0.2%에 그쳤다. 게다가 중소기업의 매출 증가폭은 1.9%(5.9%→7.8%)로 대기업의 매출증가폭 3.7%(6.5%→10.2%)에 크게 못 미쳤다.
내수 위주 중소기업의 어려운 현실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마저도 원달러 환율이 900원대였던 지난 2007년의 결과물이다. 수입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지금 고환율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의 중추신경인 중소기업은 회복할 수 없는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입장을 세심하게 살피는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아쉽다.
권재형 한국협업기업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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