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아이들의 오피니언

박 훈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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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고학년 반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Q 1>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한자 성어 : 다음 문제의 (뺖)안에 알맞은 글자를 써 넣어라. 설 (뺖) 가 (뺖). 두 아이가 재미있는 답안을 써넣었다. ⑴뺛설 (사) 가 (또). ⑵뺛설(마)가 (또)

요즘 한창 봄 꽃들이 만발하였다. 선생님이 다음과 같은 문제를 냈다.

Q2> 다음 중 제일 먼저 피는 꽃은? ⑴뺛매화 꽃 ⑵뺛진달래꽃 ⑶뺛사과꽃

반에서 제법 공부를 잘 한다는 아이의 답안: 답 3번 사과꽃. 선생님이 그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매화꽃은 이미 졌기 때문에 다음 해에 피므로 세 번째. 진달래꽃은 산 속에서 피어 사람들 눈에 잘 안 띄므로 정확하지 않음. 사과 꽃은 자기네 집 뜰에 있는데, 식구들이 정성껏 돌보기도 하고, 가장 먼저 눈에 띄므로 3번이 제일 빠른 것이다, 라는 답.

Q3> 토끼와 거북이와 치타가 달리기 시합을 하였다. 누가 1등을 하겠는가?

다음과 같이 제각각 답이 나왔다. ⑴뺛토끼가 1등할 것이다 ⑵뺛치타가 1등 이다 ⑶뺛아니다, 거북이다 ⑷뺛달리기가 성립되지 않는다.

그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각각의 그 답의 이유가 다음과 같았다. ⑴뺛토끼는 치타에게 잡혀먹지 않으려고 죽을 힘을 다해 달릴 것이다 ⑵뺛치타는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제일 빨리 달릴 것이다 ⑶뺛옛날 이야기대로 거북이는 무슨 방법이든 써서 또 1등 할 것이다. (4-1) 조건이 모두 똑 같지 않기에 경주가 성립되지 않는다 (4-2) 치타와 토끼와 거북이는 모두 생활환경이 다르기에 한 곳에 모일 수가 없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서 촛불처럼 번져 일어난 집회가 한창 시끄럽다. 그러나 우리는 이를 단지 어린 사람들의 문제로만 넘겨버려서는 안될 것이다. 이들에게도 충분한 이유와 목적이 있다. 유관순 열사도 당시 청소년의 나이에 구국의 횃불을 들고 앞장선 것이 아닌가.

언젠가 독후감 대회에 제출한 초등학생들의 감상문을 심사한 적이 있다. 그 중 한 아이의 글 중에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도 훌륭하고 유성룡이란 분도 훌륭하고 이율곡 선생도 훌륭하지만, 그 전쟁에서 열심히 싸우다 죽은 군졸들도 훌륭한 것 아닌가. 왜 그런 병사나 혹독한 고통을 겪은 백성들의 이야기는 하나도 없는가?”

나라면 Q3에 대해 어떤 답을 낼 것인지 나 자신에게 물어 본다.

박 훈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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