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다는 것

송석봉 수원지방법원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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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하겠습니다’란 말을 종종 듣는다. 경기에 임하는 운동선수들이나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 새로이 일을 맡게 된 사람들까지, 자신들이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나도 일을 시작할 때마다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최선을 다한다’는 말을 애용하는 만큼 그 의미를 되새겨보지는 않았던 것 같다. ‘감사합니다’나 ‘사랑합니다’란 말처럼 그 말에 익숙해진 나머지 별 고민 없이 사용한 적도 있는 듯하다.

국어사전에 ‘최선’은 ‘가장 좋고 훌륭함’, ‘온 정성과 힘’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풀이되어 있다. 그렇다면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가장 좋고 훌륭한 것을 이루기 위해 온 정성과 힘을 들이는 일이 될 것이다.

학창시절, 어머니께서는 내게 ‘빈 가방만 들고 왔다갔다 한다’며 나무라시곤 했다. 그때마다 나는 좀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씀이겠거니 하고 흘려 듣곤 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왜 그걸 몰라주실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가만히 그 시절을 생각해 보면 어머니 말씀이 옳았구나 하고 인정하게 된다. ‘조금 더 노력할 수 있었는데’, ‘다른 방식으로 해볼 수도 있었는데’라는 아쉬움과 후회가 밀려들기 때문이다.

아마도 나는 ‘가장 좋고 훌륭한 것’을 얻기 위해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 ‘온 마음과 정성’을 다했던 것일까 반문한다면, 대답하기 머뭇거려진다. 혹시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필요한 정도로만 노력하고서 최선을 다했다고 믿어왔던 것은 아닐까. 어머니는 그런 내 마음을 일찍이 알아채신 것은 아닐까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한다는 것은 그저 열심히 노력하는 일은 아닐 것이다. 조금 더 높이 내 한계를 넘어서려 시도해 보는 것, 이 정도면 됐다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일 것이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고 생각될 때 다른 방향으로 한번 더 손을 뻗어보는 것을 말할 것이다.

내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오늘 한 뼘 더 나아갔는가, 생각의 방향을 바꾸어 고민해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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