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농자천하지대본’시대 열자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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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우리나라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해서 농업을 으뜸으로 쳤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농사짓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고, 관직에서 은퇴한 관료들은 귀향해 소박한 농촌생활을 하는 것을 큰 낙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 농업현실을 보면 ‘농자천하지대본’이란 말은 흘러간 구닥다리 슬로건처럼 느껴질 뿐이다.

개방과 경쟁이 농업분야에도 봇물처럼 밀어닥치면서 지금 한국 농업은 큰 위기를 맞고 있다. WTO(세계무역기구)의 DDA(도하개발아젠다) 농업협상 진전과 한·칠레, 한·미, 한·EU 등 이어지는 FTA(자유무역협정) 협상 추진으로 우리 농산물은 값싼 외국 농산물에 생산성과 경쟁력이 완전 무장 해제된 상태다. 최근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전면 허용과 AI가 전국을 휩쓸면서 축산농가의 시름은 더욱 깊어져만 가고 있다.

세계 농업 현실 또한 지금 심상치가 않다. 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일반 물가까지 앙등하는 이른바 ‘애그플레이션(Agflation)’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계속되는 기상이변과 농경지 감소, 개도국의 식량수요 증가, 곡물의 대체에너지화 등 심각한 곡물부족사태를 빚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농산물 시장에서 ‘농산물 민족주의’로 자칫 식량전쟁의 우려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국내외 농업 현실 속에서 지금 우리 농업은 그 어느 때보다 큰 관심과 사랑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침체된 우리 농업에 새로운 희망과 활력을 불어넣을 특단의 조치를 내려야 한다. 막연히 농업을 살리겠다는 말보다 범국가적 차원에서 농업에 대한 가치 재인식과 실질적이며 종합적인 지원 및 육성대책을 세워야 한다. 식량안보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대책 마련도 있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국민들도 신토불이 우리 농산물을 많이 찾고 소비해 준다면 농민들에겐 정말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우리 농민들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만 바라보고 있을 것은 아니다. 국제 농업경쟁력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고품질 농산물 생산과 농업기술개발에 불철주야 노력해야 한다.

자동차, 컴퓨터, 석유 등은 없어도 살 수 있지만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다. 농업은 모든 국가경제의 근본이며, 농업과 농촌이 잘 살고 식량의 안정적인 자급자족이 가능할 때 명실 공히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다. 바야흐로 ‘제2의 농자천하지대본’ 시대를 열어야 한다.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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