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택을 위한 가장 빠른때

송석봉 수원지방법원 판사
기자페이지

때때로 크고 작은 잘못을 저질러 법정에 서게 된 청소년들을 만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어리고 연약한 모습에 안타까움을 지울 수 없다. 더러는 아니지만, 적지 않은 경우 자기가 한 일이 범죄이고 그에 대해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단지, 멋있어 보이고 싶어서, 친구가 하자니까, 그냥 집과 부모님 잔소리가 싫어서 그런 지경에 이르게 된 경우들이 적지 않은 것이다.

그런 청소년들을 보면 영화 ‘쇼생크 탈출’의 한 장면이 생각난다. 쇼생크 탈출을 감행한 앤디의 감옥 동료이자 단짝이었던 레드가 가석방 심사를 받는 장면이다. 젊은 시절 저지른 일로 감옥에서 40여년을 보내고 몇번의 가석방 심사에서 거부당한 레드는 또 한번의 기회를 갖게 된다.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던 그는 “당신은 교화됐다고 생각하느냐”는 심사위원의 질문에 이런 내용의 솔직한 대답을 한다. 교화가 뭔지조차 잘 모르겠다고. 다만, 후회한다고. 젊은 시절의 자신을 만나 타이르고 싶다고. 인생을 생각 없이 허비한 그 철부지를 꾸짖고 싶다고. 하지만 이미 늦었다고. 자신은 너무 늙어버렸다고.

물론 필자가 만나는 청소년들이 감옥에 갈 정도로 큰 잘못을 저지르고 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감옥 안에서 몇십년을 보내고 머리가 허연 노인이 돼 가석방 심사를 받을 가능성은 더 더욱 없을 것이다. 하지만 몸과 마음과 꿈을 키워가야 할 너무나도 중요한 시기에, 한 순간의 만족을 위해 나쁜 선택을 했다는 점에선 공통점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그들을 보며 간절한 마음을 갖게 된다. 법원에 와 자신의 잘못을 되돌아볼 기회를 갖는 이 시간이 그들에게 솔직한 후회의 시간이 되길. 그래서 자신이 온 길로 계속 가지 않고 삶의 방향을 바꾸는 결심의 순간이 되길 기대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하고 잘못을 저지른다. 알다시피, 중요한 것은 그 이후다. 그 이후 어떤 선택을 하느냐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말이 있다. 다소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 이 말이 가장 빛을 발하는 지점은 바로 법정에 선 청소년들과 만날 때일 것이다. 살아갈 날들이 너무도 많이 남은 그들에겐 그 순간이 바로 좋은 선택을 위한 가장 빠른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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