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수원수성로타리클럽과 대한안경사협회가 안경을 후원하기로 하고 한국장애인부모회 자녀 40여명과 장애인 생활시설 입소자 30여명이 안경 제작을 위해 시력검사를 받았다. 학령기인 한국장애인부모회 자녀들은 모두 시력검사를 마쳤지만 시설 생활인들은 숫자판을 읽을 수 없거나 의사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시력검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반 이상이었다. 안경이 필요한 이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본인이나 시설 종사자들이 잘 모르고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시력검사가 불가능한 경우가 반 이상이라는 예상 밖의 결과는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들도 부모들이 돌보던 어린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을 텐데 오랜 시설 생활로 교육이나 학습 등의 지속적인 자극이 주어지지 않다 보니 급격한 퇴행현상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됐다.
이 부분에서 오해가 없었으면 좋겠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시설에서 그들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얘기는 아니다. 그곳은 법인 형태로 투명하게 운영되는 소규모 시설로 관리자나 종사자들도 입소자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곳에서 비리나 인권유린 등의 사례들이 종종 발생하고 있어 그 소식을 듣는 장애 부모들의 마음을 불안하고 아프게 하는 것도 사실이다. 입소 장애인들을 짐승 취급하다 결국 폐쇄됐다는 보도를 접하면 장애 부모들은 가슴이 찢어진다.
제대로 운영되는 곳들도 많은 인원이 한곳에서 생활하다 보면 아무리 세심하게 배려해도 부족한 부분이 생길 수 있으며 오랜 격리로 많은 문제들도 발생될 수 있다.
여러 이유로 선진국들은 장애인을 시설로 격리시키던 수용정책에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탈시설화 정책으로 바꾸고 있다. 대규모 시설에 격리시킨 결과 막대한 비용부담과 장애인의 비사회화 등 오히려 부작용이 더 컸던 것도 주된 이유 중 하나이다. 수용시설 예산을 자립생활지원 예산으로 전환하고 사회복지사업법 등 관련 법률을 제·개정하며 발달장애인지원법, 장애인연금법, 후견인제도 등의 법제 시행이 하루빨리 이뤄지길 새 정부에 강력하게 요청한다. 아이들이 부모 사후에도 지역사회에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야 부모들은 편히 눈을 감을 수 있다. 아이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터무니 없는 생각을 더 이상 하지 않아도 좋을 날을 꿈꿔 본다.
허미자 장애인부모회 수원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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