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팔트 도로와 콘크리트 건물로 가득한 도시에 갇혀 있다 보면 풀향기와 흙냄새가 그리워진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회색도시에선 콘크리트와 매연이 뒤섞인 매캐한 냄새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이러한 회색도시에 최근 들어 풀향기와 흙냄새 등을 맡을 수 있는 옥상정원이 조금씩 늘고 있다. 옥상하면 그동안 텅 빈 채로 방치돼 있거나 아니면 잡동사니 물건을 쌓아두고 빨래를 말리는 곳 정도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옥상에 푸른 잔디를 깔고 예쁜 꽃과 키 작은 나무 등을 심어 정원을 만드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버려졌던 공간이 쓸모 있는 공간으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옥상정원은 한 뼘의 녹지가 아쉬운 도심에서 녹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사실 도시의 경우 모든 공간이 고층건물, 도로, 주차장 등으로 꽉 들어 차 있어 녹지를 조성할 틈을 찾기가 어렵다. 녹지를 조성할 땅이 있다손 치더라도 워낙 땅값이 비싸 이를 매입해 녹지를 조성한다는 일이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옥상녹화는 별도의 토지매입 없이 부족한 도심에 녹지를 확충할 수 있는 최고의 도시녹화방법 중 하나다.
옥상을 녹화하면 삭막한 도시풍경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등 여러가지 실용적인 점들이 많다. 우선 냉·난방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여름에는 식물의 증발산 작용이 건물을 시원하게 해주며, 반대로 겨울에는 단열에 도움을 줘 보온을 해준다. 실제로 실험결과 옥상을 녹화한 건물이 10% 정도 냉·난방비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물의 내구성을 높여주는 것도 장점이다. 옥상의 토양층이 산성비와 자외선 등으로부터 콘크리트 노화를 방지해 내구성을 향상시켜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효과라면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을 호흡하며 편안한 여유와 휴식을 즐길 수 있고, 특히 사라졌던 새와 곤충, 그리고 야생화 등을 다시 볼 수 있는 도심 생태계를 복원시킨다는 점이다. 옥상정원은 이처럼 콘크리트 사막 같은 회색도시를 살리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독일·일본 등 선진 도시에 푸른 옥상이 많은 이유도 바로 옥상정원의 가치와 효용성 등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이다. 현재 경기도의 1인당 도시공원면적은 5.8㎡에 불과하다. 한사람이 팔을 벌리고 눕기에도 빠듯한 공간이다. 이제 비좁은 땅 위 공원을 대신해 드넓은 하늘 아래 옥상정원을 만들어보자.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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