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발전 위한 농·축산물 소비지 마케팅

윤종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기자페이지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영국 시인 엘리어트는 자신의 작품 ‘황무지’를 통해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고 표현했다. 시인은 이 시를 통해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지만 생명력의 작은 움직임 속에서도 지칠 줄 모르고 활화산처럼 폭발력을 간직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표현했으리라.

지난 4일은 절기상 청명(淸明)이다. 농가들은 이 무렵부터 바쁜 농사철에 들어가 논 밭의 가래질, 논 밭 다지기, 보리밭 매기, 채소 파종 등을 하느라 분주하게 농촌 들녘을 오가게 될 것이다. 올해는 유독 푸르렀던 청명한 날이었으니 더욱 밝은 내일이 올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지난해 진통 끝에 타결된 데 이어 유럽연합(EU)을 시작으로 중국과 일본 등과도 FTA 협상을 진행 중이거나 추진하고 있다. 한국을 ‘동북아 FTA 허브’로 자리 매김할 수 있도록 한국 경제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경제계의 기대와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시장개방의 바람 한가운데 놓여 있는 한국 농업·농촌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농업·농촌에 희망을 불어넣는 범국민적 노력과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지금 한국 농업은 각종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수입 농산물 개방 확대와 국내 시장의 유통채널 변화 등으로 인해 소비지 마케팅 등을 통한 변화와 혁신 등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의 대변자로 볼 수 있는 농협에 대해 농업인의 농산물 마케팅 기능에 대한 역할을 보다 주도적으로 수행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경기농협은 임직원들로 구성된 농촌사랑봉사단 조직을 기존 산지 일손돕기 활동에서 올해부터는 소비지 마케팅 활동으로 영역을 넓혀 나가기로 했으며, 지난 5일 농협수원유통센터에서 경기농산물 소비지 마케팅 발대식을 갖고 고양·성남·수원 농산물유통센터와 하나로마트 등에서 휴일을 이용, 본격적인 경기 농·축산물 판매에 나섰다. 이와 함께 최근 가격 하락과 재고 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배 생산농가들의 시름을 덜어 주기 위해 ‘농촌사랑 한마음 배팔아주기 운동’을 펼치는 등 농가에는 실익, 소비자에겐 질 좋은 누리 농산물을 제공하는 등 소비자들을 직접 찾아가는 소비지 마케팅을 전개함으로서 진정한 농촌사랑 봉사단으로 거듭 나고자 한다.

또한, 경기농협은 앞으로 경기 농·축산물 판로와 판매량 확대를 위해 유통센터 순회판촉전, 산지 농산물마케팅 현장간담회 등 지속적인 소비지 마케팅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농민이 없으면 농협도 없다”고 감히 단언하고 싶다. 농민의 땀이 배어 있는 질 좋은 우리 농산물의 소비 촉진을 위해 소비지 마케팅을 더욱 활성화하는 등 농협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이며, 농업인들의 권익 신장과 지역사회 발전의 밑거름이 돼 지역사회의 가장 가까운 이웃,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든든한 이웃이 될 것이다.

새 정부 출범 등 대·내외적 변화를 계기로 농협에 대한 개혁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또한 시장개방 등으로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농업인들의 요구사항도 더욱 많아지고 있다.

타인을 개혁시키는 건 쉽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개혁하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그러나 농산물 소비지 마케팅 등 자그마한 변화와 혁신은 농업인의 곁에서 우리 민족의 근간인 농업과 함께 100년, 200년 계속 존재하는 농협이 되길 기대해 본다.

윤종일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장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