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박훈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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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아름다운 도깨비 나라. 방망이로 두드리면 무엇이 될까.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뚜욱딱!” 어렸을 때 부르던 노래이다. 이 노랫말이 요즘 우리나라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영남지방의 아름다운 한 고장이 그 이상하고 요상한 도깨비 나라처럼 됐다. 돈을 받은 사람이 몇백명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검은 비닐 봉지에 넣어 집안 마당에 그냥 던져 놓기도 했다니, 그 얼마나 인심 좋은(?) 동네인가? 그리고는 경찰의 지팡이인지, 법원의 방망이인지는 모르겠지만, “뚜욱딱”하고 두드리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돈을 토해 냈다고 하니, 실로 옛날 이야기처럼 들릴만도 하다. 그 유명한 소들도 웃었을 것이다. 고발하고 싶어도 바로 이웃 사람, 지인 또는 친척 등인지라 고발할 수 없었다고도 한다.

이제 봄이 되면 선거철이 된다. 공연히 골치가 아파지기도 하고, 부아가 치밀어 오르기도 한다. 너무나 잦은 선거로 기관들이 바빠지고 기업들이 들썩이고, 개나리 울타리를 바로 옆에 끼고 있는 이웃을 감시하고 견제하느라 민심도 흉흉해진다. 그런데도 관련 기관들은 슬로건으로 ‘축제’처럼 즐기자고 한다. 과연, 이런 선거 시스템에 축제처럼 참여할 수 있을까?

카니발이라는 외국어가 있다. 이는 사육제로 풀이된다. 사육제가 무엇인가. 카톨릭 국가에서 사순재 직전의 3~7일 동안 술과 고기를 먹으며 가면을 쓰고 행렬하거나 극과 놀이로 즐겁게 노는 날이다. 우리 식의 선거로 대입해 놓고 보면, 선거시장 천국에서 투표일 전 한달 동안, 앞에선 온갖 달콤한 유토피아를 그리는 극과 놀이 등이 난무하고 뒤에선 가면을 쓴 술수와 비방과 돈 등이 행렬을 이루기도 한다. 서로를 감시하고 비난하고 고발하는 치졸한 드라마가 연출되기도 한다. 이 바쁜 세상에 선거만 치르다 세월을 보내서야 되겠는가.

그러나 이상하기도 하지만, 치열하기도 하지만, 그런 것들을 넘어섬으로써 아름다운 나라로 가는 일이 더욱 많은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젠 부디 아름다운 선거 카니발을 치룰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승자의 방망이로 한번만 두드리면 선진정치라는 금이 쏟아지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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