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레토는 19세기와 20세기 초반에 걸쳐 활약했던, 어찌보면 흘러간 이탈리아 경제학자다. 그가 21세기에 들어서 유명해진 까닭은 농업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가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깨달은 20대 80의 법칙, 즉 요즘 회자되고 있는 ‘파레토의 법칙’ 때문이다. 파레토는 완두콩을 재배하면서 콩깍지 20%에서 80%의 콩이 추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를 신기하게 여긴 파레토는 20대 80의 법칙을 완두콩재배에서 벗어나 “노동투입량이 적은 부분이 대부분의 산출물을 파생시킨다”는 경제원리에도 적용시켰다.
후대로 들어와 파레토의 법칙은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도구로 수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었을뿐 아니라 사회·경영·생물학 등에 대한 광범위한 쓰임새를 자랑하고 있다. 실례로 일반 기업의 경우 20%의 직원들이 80%의 매출을 올린다는 것으로 이는 대부분의 경영학자나 사회학자들이 긍정하고 있다. 20%의 인구가 국가 전체 부동산의 80%를 소유하고 있다거나 20%의 고객들이 80%의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많은 연구를 통해 시장에서 입증되고 있다. 물론 우리도 예외는 아니어서 각종 국가 통계와 사회통계자료를 보면 신기하게 들어맞는 분야가 많아 새삼 옛날에 살았던, 이름도 생소한 이탈리아 경제학자에게 경의를 표하게 된다.
특히 대기업에 비해 소외됐다며 정부차원의 각종 지원을 기대하고 있는 중소 기업 경우도 그렇다. 중소기업법에 명시된 중소 기업의 경우 20%의 중소 기업들이 80%에 가까운 매출과 이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쉽게 감지할 수 있다. 중소 기업 가운데도 형편이 어려운 영세 기업 입장에서 중소 기업 지원공약을 들여다보면 이는 먹고 살만한, 혹은 대기업 반열에 오르기 직전인 중견 기업들을 지원해주는 내용들이다. 여기에 ‘경쟁력 있는’ 중소 기업을 지원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듣다보면 이런 인상을 더욱 지울 수 없다.
우리나라 중소 기업법은 중소 기업들에 대한 정의에서 업종간 차이는 있지만 상시 근로자 100~300명 이하, 또는 자본금 50억~300억원 이하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자본금 5천만원의 중소 기업과 자본금 수백억원의 기업이 중소 기업이란 우산을 함께 쓰고 있게 됐다. 이러다보니 중소 기업과 관련된 정부 정책들은 왜곡을 가져올 우려가 높다.
체감경기와 서민경제를 대변하는 영세 기업 입장에선 중소 기업이 진흥되도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 들릴 가능성도 농후하다. 어찌보면 중소 기업을 진흥하는 관련 법규가 자생력있는 중견 기업과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영세 기업을 지원하는 법류로 세분화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중견 기업에 대한 지원책과 함께 살고자 발버둥치는 영세 기업에 대한 특단의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사회적 소외계층을 볼보는 정책이 현대 정부의 필수적 역할이라고 하면 영세 기업 지원정책도 다름 아니다. 모두 함께 잘사는 상생(相生)을 꿈꿔 본다.
권재형 한국협업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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