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보릿고개’ 시작됐다

표영범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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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제 곡물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도 문제지만 각종 개발로 인한 농경지 감소와 곡물의 대체에너지화가 활발해지면서 곡물부족현상이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세계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이 급격한 발전과 소득 증대 등으로 식생활이 급변하면서 식량소비의 블랙홀 중국에서 식량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90년대 말까지 가축사료의 70%를 중국에서 수입했다. 지금은 중국도 많은 가축사료들을 수입하고 있다. 특히 초사료에 의존하던 중국 내 젖소와 고기소 생산농가의 곡물사료 사용이 급증하고 자국 내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드디어 중국 정부는 지난해말 농산물 수출을 규제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지난 1990년 미국의 국가정보협의회(NIC)는 21세기 지구상의 가장 큰 문제로 중국이 산업·도시화에 따른 수자원 고갈 등으로 농업생산량이 급감, 세계 최대 식량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곡물의 대체에너지화도 세계 식량위기를 불러오는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석유로부터의 독립을 꿈꾸고 있는 미국에선 최근 석유의 대안으로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바이오에탄올은 옥수수에서 추출되는데, 미국 옥수수 생산량의 30%가 이 바이오에탄올 생산을 위해 사용되고 있다.

자동차 한 대분의 하루 바이오에탄올 사용량을 생산하기 위해선 사람 1명의 1년 동안의 옥수수 소비량이 필요하다. 한정된 농경지를 두고 식량과 에너지가 경합하는 전례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그럼 우리의 곡물자급률은 얼마나 될까?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6년말 현재 27%로 곡물별로는 밀 0.2%, 옥수수 0.8%, 보리쌀 52.8%, 콩 11.3% 등으로 나타났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는 각종 개발 등으로 경지 18만5천㏊가 사라졌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대규모 택지개발로 그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다. 농업은 우리에게 먹거리 공급 이외에도 맑은 공기를 제공하고 지하수를 보전하며 토양유실을 막는 등 수많은 공익적 혜택을 주고 각종 환경오염을 억제해 국민들 삶의 질을 높여준다.

농업은 모든 산업의 근간이며 우리의 삶과 직결된 생명산업이다. 식량자급기반 없이는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없다. 식량위기에 대비한 국가적 차원의 대책 마련에 보다 진지한 접근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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