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충분한가?

천인기 부천상공회의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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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국보 제1호인 숭례문이 불의의 사고로 인해 전소됐다. 모든 국민들의 마음이 그렇듯, 필자 역시 숭례문이 불에 탄 게 너무 안타까워 직접 숭례문을 찾아가 보았다.

가림막 설치 공사가 한참 진행중이었던 숭례문은 예상보다 훨씬 더 심각한 모습으로 방치되고 있었다.

우리의 대표적인 문화재이자 랜드마크로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던 모습이 생생한데, 처참하게 무너진 모습을 보니 전혀 실감이 나지 않고 참담하기만 했다.

그러다 “숭례문이 이처럼 많은 관심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숭례문이 그곳에 있고, 국보 제1호라고는 알고 있었지만 숭례문의 진정한 가치가 어떤 것이었는가는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아 못내 씁쓸했다.

조용히 숭례문을 지켜보고 있자니 예전에 미국을 방문했을 때, 어느 작은 마을을 지나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머물 곳을 찾다가 ‘It’ll Do Motel(이 정도면 충분한 모텔)’이라고 적힌 간판이 눈에 띄어 들어섰는데, 꽤 괜찮아 보이는 겉모양과는 달리 내부는 다른 모텔보다도 못해 보여 금세 뒤돌아 나왔다. 그럴듯한 이름에 잠시나마 속았던 것만 같아 아직도 별로 좋지 못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어쩌면 숭례문 사건도 이같은 맥락은 아닐까? 화려한 조명이 설치된 숭례문의 웅장한 모습에 감탄하기만 했지, 그 속에 숨겨진 진짜 가치에 대해선 별로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숭례문의 안전관리대책을 마련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겉으로 보기엔 사설 경비업체에 위탁, 외부 침입에 대비했고 화재가 발생했을 때도 열심히 불을 끄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우리에게 남은 건 전소된 숭례문과 국민들의 실망감뿐이다.

무슨 일을 하든지 철저하게 하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 문화재 관리이든, 기업 경영이든, 자신 스스로의 계발이든 대충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앞으로는 국민들의 가슴을 무너뜨리는 이같은 일이 다시 재발되어선 결코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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