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 주는 지혜와 용기

이윤필 수원시의회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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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제법 추웠고 함박눈이 내리기도 했다. 연을 날리면 좋을듯한 바람이 불어와 누가 더 높게, 더 멀리 멋있게 날릴 수 있을까 하며 연싸움을 하던 어린 시절이 문득 생각난다. 짧게는 1년, 길게는 평생의 명운을 윷판에서 볼 수 있는 윷놀이는 흥미롭고 재미있어 조상들의 삶의 지혜가 느껴진다. 각각 4필의 말을 갖고 목적지까지 누가 먼저 갈 수 있을지 경쟁하는 놀이 속에서 수많은 난관과 좌절, 행운을 이용한 기회를 어떻게 슬기롭게 살릴 것인지 등에 대한, 뛰면서 생각하는 지혜로운 놀이다.

다큐멘터리 ‘동물의 세계’를 시청할 때가 가끔 있다. 푸른 초원이 넓게 펼쳐지고 아름다운 동·식물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편안함과 초현실적인 현장앞에서 잠시 일상의 탈출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긴장감이 있고 약육강식의 먹이사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보호본능과 슬픔 등도 볼 수 있다. 크게 보면 우기와 건기의 계절변화에 따라 새생명의 탄생과 희생의 반복이 자연의 순리를 가르쳐 주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 중 인간만이 특별하다고 우리들은 오만하게 여기고 있는 건 아닌지…. 종교적으로 인간만이 신을 닮았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 중심으로 말하지만 다른 생물체가 바라보는 시각은 어떨까…. 그들도 우리를 바라보면서 오곡육축과 같은 한낱 또다른 생물체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지는 않는지….

‘동물의 세계’를 보면서 미지의 세계로 유학을 떠나는 어린 딸의 미래를 생각해본다. 먹이를 구하러 나간 어미가 천적을 만나 다치거나 죽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될까? 먹이를 기다리던 새끼 중에는 소리치다 허기가 져 말라 죽는 놈도 있고 기다리다 못해 둥지 밖으로 뛰쳐나가 필사적으로 생존을 위한 먹이 사냥과 천적을 피하는 보호본능을 이용한 능동적인 몸부림도 본다. 경이롭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적극적으로 삶의 이치를 체험으로 헤쳐온 새끼는 더욱 강해져 갈 곳과 안갈 곳을 스스로 터득한다.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스스로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동물들의 본능이 감동적이다.

인간이라고 어찌 다르겠는가. 이제 딸이 특별한 준비없이 둥지를 떠나려고 하고 있다. 안타깝지만 강하게 당당하게 좀 더 자라 자립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딸을 그리며 기대해본다. 혹자는 어린 딸을 멀리 보내 몰인정하다고 걱정해주고 있다.

그러나 품 안의 자식은 반드시 때가 되면 떠나 살아야만 할 운명이다. 아직 어린 까닭에 안타까운 마음이지만, 미래를 위한 장도를 축복해주고 싶다.

인간은 특별하다고 했으니, 올바른 정신만 갖고 있으면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특별히 잘해줄 여건도 못되니 오로지 줄 수 있는 것은 지혜와 용기다. 내 사랑하는 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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