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이후 평균수명이 17년 가까이 늘었다. OECD 가입 국가들 중 터키를 제외하고는 최고 수준이다. 인간으로 태어나 더 오래 세상을 즐기게 됐으니 축복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수명 연장이 마냥 축복으로 남게 되려면 은퇴 후 여유 있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해선 많이들 걱정하는 것 같다. 필자로서는 기성세대들의 은퇴 후 행복을 위협할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로 부모들이 자녀 부양에 너무나 매진하고 있는 현상을 들고 싶다.
첫째, 초·중·고교 자녀에 대한 사교육에 너무 많은 비용을 들이는 것 같다. 높은 교육열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돼 왔지만 이제는 비싼 사교육이 일부 부유층들에 국한된 현상이 아니고, 종국에는 모든 국민들 사이의 입시 소모전으로 되고 말았다.
둘째, 많은 부모들이 20세 넘은 자녀들에게도 취업을 하기 전까지는 부양을 계속 제공하려 한다. 법률상 부모는 자녀가 20세가 되면 부양할 의무가 없는데, 학자금을 스스로 마련하는 대학생들을 찾기는 쉽지 않다. 부모들은 자녀가 그 어려운 입시관문을 통과하더라도 등록금과 용돈, 그리고 취업을 위한 각종 비용까지 책임지고 있는 형편이다.
셋째, 부모들은 자녀의 결혼비용까지 부담하려는 경우들이 많다. 특히 아들 가진 부모는 신혼집 전세자금을 마련해 주려는 압박을 느끼는 것 같다. 주거지를 신랑쪽이 마련해 오는 관습이 있고, 월세집보다는 전셋집을 얻으려고 하니, 집값의 절반 정도나 되는 전세금을 마련해야 할 부모의 부담은 막중하다.
이같은 희생이 자녀 인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의심스럽고, 대부분의 부모들이 이같은 비용을 대는 것에 대해 불평하면서도, 자신만은 자식들에게 그렇게 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안타깝다.
학벌주의, 부실한 입시제도, 빠르게 오르는 집값, 취업난, 또는 아이를 자신의 분신으로 여기는 사상 등에서 이같은 현상이 기인했다. 이 가운데 어느 것도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주제는 아니다.
하지만 부모들이 알아야 할 것은 과거와 달리 자식들을 다 결혼시키고 나서도 삶은 창창히 남아 있는데, 노후를 기댈 언덕으로 자식은 믿을 수 없고 연금제도도 아직 정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현재처럼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장기간 고비용을 지출하다가는 국민소득이 아무리 오르더라도 스스로의 노후대비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각오해야 한다.
성보기 수원지법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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