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소원을 빌면 척척 다 이뤄지던 아주 먼 옛날, 딸을 여럿 둔 임금님이 한분 살았습니다…온 세상을 두루 구경한 해님까지도 막내 공주님 얼굴을 비출 때마다 깜짝 놀랄 정도로 예뻤답니다…바닥에 떨어진 개구리는 어떻게 됐을까요? 글쎄, 개구리는 온데 간데 없고 아름다운 눈에 다정함이 담뿍 담긴 왕자님이 서 있었어요.” 밤에 잠들기 전,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이 졸라 문득 떠오른 대로 개구리 왕자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구리에 관한 이야기로는 ‘청개구리의 불효’나 ‘개구리 왕자’, ‘엄지공주’ 등 동화나 “듣는 사람 없어도 날이 밝도록, 개굴개굴 개구리 노래를 한다”나 “뒷다리가 쑥, 앞다리가 쑥, 팔짝팔짝 개구리 됐네” 등 동요들도 있다. 이처럼 개구리는 우리와 매우 관계가 깊다. 뭍과 물 양쪽에서 살고 있는 종류이기에 양서류로 불린다. 파충류의 조상이라고도 한다. 이 중 도롱뇽은 거의 멸종되고 있다. 몇해 전 황소개구리로 인해 연못의 생태계가 파괴 일보직전에 이르기도 했다.
“아빠, 그런데 사람들은 왜 그렇게 개구리를 못 살게 굴어요? 며칠 전 어떤 책을 보니 겨울엔 사람들이 논바닥이나 둑을 파 개구리를 잡아다 먹는대요.” 잠든 줄 알았던 딸이 잔뜩 졸음에 겨운 목소리로 묻는다. “요즘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어? 이젠 그런 짓하면 벌금을 물게 되는데.” “그것보다도 생태계가 파괴되니까 더 큰 문제가 되는 거예요” 장차 환경운동가가 되겠다고 하는 어린 아이의 말. 순간, 필자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이제 달포 정도 지나면 경칩이다. 개구리는 우리에게 봄을 알려주는 동물 중 하나다. 그런 개구리가 멸종돼 봄이 와도 나타나지 않는다면? 당연히 봄의 일부가 우리에게 오지 않는 것이다. 희망을 주는 봄, 따스함을 주는 봄의 상징물이 전멸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은 왔지만 오지 않은듯 하다)’이 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는 단지 환경과 생태계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제 구슬 같은 봄을 물고 팔짝팔짝 뛰어 나타날 개구리 왕자를 기다려 본다.
박 훈 시인·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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