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선거유세에 나선 후보가 주민들이 모인 자리에서 공약을 발표했다. 후보는 “강(江)을 편안하고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4차선 다리를 건설하겠다”며 들뜬 표정으로 주민들을 바라보았다. 후보의 말을 듣던 주민들은 “우리 마을에는 강이 없다”고 대답했다. 이에 후보는 기다렸다는듯 “그럼, 강도 하나 만들어 드리겠다”고 되받았다.
정치권에서 회자되는 유명한 유머로 선거에 임하는 정치인의 속성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희화화하고 있다. 오늘의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우리는 총선이 치러지는 4월까지, 정치인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정치의 홍수 속에 함몰되기 쉽다.
탈(脫)정치를 부르짖는 경제권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이 시기에는 주가(株價)의 등락보다 각 정당의 인물과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더욱 관심이 가기 마련이다. 특히 정치권의 외풍에 취약한 중소기업인들은 그들이 내세우는 공약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수밖에 없다. 그들이 발표하는 작은 공약 하나에 중소기업들의 운명이 결정되고, 그들의 발언 한마디에 흥망이 오고 가기 때문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시기에 발표되는 중소기업정책들은 하나 같이 ‘중소기업 우선’이나 ‘중소기업 지원’, ‘중소기업 성장’ 등을 골간으로 하고 있어 중소기업인들을 꽤나 안심시키는 게 대부분이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국책은행 민영화로 20조~30조원을 재원으로 중소기업들을 지원해주고 병역특례전문 연구요원들을 전원 중소기업들에 배정해주며 기술개발지원자금도 1조원에서 2조원으로 확충하겠고 공약해 중소기업인들을 흥분시켰다. 무엇보다 파산제도 개선을 통해 기업인 패자부활제를 도입하고 고용보험기금으로 중소기업 자녀 장학재단을 설립하겠다는 공약은 중소기업인들의 피부에 와닿는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쏟아지는 정치권의 중소기업지원정책들은 듣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르고, 현란해 정신이 아득해지기 까지 하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중소기업인의 한사람으로 정말로 바라는 게 있다면 공약의 실천이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의 99.8%가 중소기업이라고 한다. 이같은 중소기업들이 국가 전체 고용의 88.3%를 책임지고 있다. 과거부터 중소기업들을 살리겠다는 공약들을 수많이 들어왔지만 그러한 공약들이 지켜져서 꽃피웠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맞이하면서 또 다시 희망의 눈길로 정치권을 바라보게 되는 게 중소기업인들의 숙명인가 보다. 이번만은 표(票)만을 의식한 공약(空約)이 아니라 ‘중소기업들의 위상과 아픔’을 이해하는 정치인들의 참다운 약속 지키기를 기대해 본다. 기업은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망한다.
권재형 한국협업기업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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