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수원시내 한 특수학교 졸업식에 다녀왔다. 졸업생 21명 중 진로가 결정되지 않은 학생이 8명이라는 자료를 보고 가슴이 답답했다. 최근 몇년새 청년실업이 급증하면서 대학 신입생들부터 취업때문에 걱정이 크다. 취업을 위한 재수까지도 해야 하는 안타까운 일도 비일비재하다. 그래도 비장애학생들은 어떤 방법으로라도 자신의 진로를 결정할 것이며 곧 경제활동을 할 것이다.
문제는 장애학생들이다. 대개 고교가 최종 학교인 장애학생들의 경우 부모들은 장래에 대한 걱정으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비장애학생과 마찬가지로 최선을 다해 교육을 시키지만 지적 장애나 자폐성 장애 등의 경우 경쟁고용은 꿈도 못 꾼다. 복지관이나 보호작업시설 등지에서 작업활동을 하는 게 최선의 선택이나 그조차 할 수 없는 이들은 집에서 하릴 없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실정이다.
수원의 경우 매년 70~80명 정도의 장애학생들이 고교를 졸업하지만 이들이 일할 수 있는 복지관이나 작업시설 등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운 좋게 일을 할 수 있어도 다음에 졸업하는 친구들을 위해 길어야 3년 후에는 자리를 비워 줘야 한다. 지속적인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너무 짧은 기간이다.
작업시설에서 근무해도 출·퇴근비와 식대 등을 포함해 매월 20만원 정도를 납부하지만 한달 동안 작업한 대가로 받는 급여는 많아야 2만~3만원에 불과하다. 경제적 자립과는 거리가 멀어 부모의 지속적인 지원이 있어야 하며 개선해야 할 많은 문제점들이 있지만 우선은 이러한 작업시설이라도 많이 생겨나 졸업 후 집에서 방치되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게 장애 부모들의 간절한 바람이다.
고교 졸업 후 2년 동안 심화된 직업교육을 받을 수 있는 전공과가 지난해 자혜학교에 처음 설치됐지만 입학인원 제한으로 전공과의 확대 설치도 필요하다. 장애의 경중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직업재활교육을 받을 경우 장애인도 가정에 방치되지 않고 사회구성원으로서 노동의 가치를 느끼며, 사회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장애인 가정에는 경제적 부담과 정신적 스트레스가 감소되며, 사회적으로는 장기적으로 복지비용이 경감되는 효과도 있다. 앞으로 장애인들을 위한 많은 일자리가 창출돼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는 장애 부모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