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노무현 정부와 다른 새로운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주목의 대상이 되는 것은 역시 영어 말하기 교육일 것이다.
그러면 학교 현장에선 영어말하기 교육이 준비돼 있는가? 아직 준비돼 있지 않다. 학생들은 영어말하기 수업 준비가 돼 있을까? 물론 아니다. 갑자기 이뤄지는 말하기 수업을 위해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어 두렵다. 이에 대한 교훈을 바로 5년 전 참여정부의 교사 정년단축 실패에서 찾아보고 싶다.
참여정부가 들어서자마자 교육개혁을 빙자해 교사의 정년을 65세에서 62세로 단축했다. 그 조급한 개혁의 후유증으로 아닌 밤중의 홍두깨가 돼 얼마나 많은 원로교사들이 교단을 떠났던가. 중·고교도 혼란스러웠지만 특히 초등학교는 교단을 떠났던 대부분의 선생님들이 기간제교사로 다시 들어와 근무해야 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교원의 정년을 단축하려면 적어도 1~2년 정도는 예보 기간을 두어 6개월 단위로 끊어 연차적으로 서서히 단축해야 무리가 안 일어나고 순리대로 됐을 것이다. 이를 뭐 마른 하늘에 벼락이라도 치듯 서둘러 3년을 단축해놓으니 혼란이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말없이 그냥 보냈으면 괜찮았다. 마치 대부분의 교사들이 촌지나 받고 있는 것처럼 매스컴을 동원해 보도하고 학교 공교육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켜가면서 내보냈다.
얼마전 한 보도에 의하면 명퇴신청 교사들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명퇴신청 교사들의 대부분은 영어과 교사들이 아닐까? 갑자기 말하기 수업만이 영어교육의 전부인양 떠들어대니 말하기에 자신이 없는 교사들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교단을 떠나려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영어수업을 영어로만 수업하는 일은 중등교육에서 필요하다고 수긍하겠다. 그러나 국어 수업만 빼고 수학, 과학, 사회 등마저 영어로 수업해야 할까? 이것은 좀 지나치다고 생각한다. 특히 초등학교에선 현행처럼 읽기, 듣기, 독해능력, 말하기 등의 기초교육을 5학년 때부터나 실시했으면 좋겠다. 초등학교 시절엔 영어교육보다 우리 국어 교육을 더 철저하게 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국민으로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교사들 정년을 연장하려면(정년 연장설이 떠돌고 있음) 이것도 2~3년 정도 예보 기간을 두어 6개월 단위로 알게 모르게 연장해야 한다. 그래야 혼란을 최소화해 교사들의 사기를 앙양시키게 될 것이다.
교육개혁은 조용히 물 흐르듯 알게 모르게 실시해야 한다. 서둘러 성급하게 추진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참여정부의 교사 정년단축의 실패를 교훈 삼아 좀 더 차분하게 계획을 세워 연차적으로 실시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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