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常識)

오세구 道생활체육협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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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은 평범한 것이다. 모든 지식은 상식이란 관문을 통과해야 대중적으로 유통될 수 있다. 사전적 정의는 이렇다. ‘사람이 보통 알고 있거나 알아야 하는 지식. 일반적인 견문(見聞)과 함께 이해력(理解力), 판단력(判斷力), 사리분별이 포함된다.’ 상식이란 관문을 역방향으로 통과하는 확신이란 이름의 지식도 있다. 이성이 아니라 관습이나 습관 등은 물론 카리스마에 의해 강요되는 상식도 있다. 그래서 상식도 각 계층이나 그룹, 나라 등은 물론 시대별로도 차이가 있다.

여행 중 당하는 문화충격이 그 차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것이다. 중세 유럽 대학들은 산수·기하·음악·천문학·문법·수사학·논리학을 기본으로 가르쳤다. 이런 학문에 자연과학·기술이 도전·흡수되면서 새로운 근대적 지식체계가 생성됐다. 이 과정에서 상식도 자랐다. 과학적 해명이 잘 안되는 불가사의(不可思議)로 표현되는 건축물 등은 상식 내부에도 진화(進化)의 씨앗이 있음을 보여 준다.

내부의 임계점(臨界点)을 돌파하는 건 도전자의 몫이다. 고대 사회 종교인이던 무당·박수부터 현대 사회의 지식인까지 누구나 도전자가 될 수 있다. 효율성만 확인되면 대중에게서 시민권을 받을 수 있다.격변기에는 이런 상식도 흔들거린다. 개인 이익과 집단의 요구가 난무할 때 더욱 그렇다.

조선은 충효의 나라다. 각계각층이 이에 따라 역할과 임무 등이 부여돼 있었다. 1591년 3월 일본에서 귀국한 통신사 황윤길과 김성일 보고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고 한다. “도요토미의 눈이 쥐새끼 같은 것으로 봐 조금도 두려울 것이 없다.”(김성일) “그의 눈이 빛나고 담력이 있는 것으로 봐 반드시 병화(兵火)가 있을 것이다.”(황윤길)

피바다를 건너 일본 통일을 이룩한 적군 최고 지휘관에 대한 평가 중 일부다. 적군의 병력, 훈련, 장비 및 기동력, 예상되는 침투경로 등이 보고의 주요 부분이 돼야 하는 게 아닌가? 정세를 이해하고 전력을 발전시키는데 충효사상이 무슨 의미를 가르쳤던가? 적개심(敵愾心)만 불태우면 모든 게 해결되는가?

웅비하는 중화 인민공화국과 재도전하는 세계 2위 경제대국 일본을 옆에 둔 대한민국의 지난 10년에 대한 우리의 책임은 무엇인가? 타성화된 상식의 심층구조에 눈을 돌릴 때이다. 공통 불만으로서 상식이 아니라 공통 도전으로서 상식을 진화(進化)시키자. 평범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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