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요행

민기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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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결과에 의해 좌우되는 승패에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것을 도박이라고 한다. 우리가 명절 때마다 하는 고스톱이 대표적인 예이다. 도박에서 돈을 잃고 기분 좋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친척이나 친구들 사이에서 고스톱이나 포커를 치더라도 돈을 잃은 사람들의 표정은 항상 벌겋게 달아올라 있게 마련이다.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없으나 도박이라는 미묘한 승부에서 패배한 사람은 이성을 상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마도 우연에 의해 결과가 좌우되는 도박의 성격상 결과를 인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연의 결과라는 도박의 속성상 도박을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언젠가는 우연의 신이 자신에게 미소를 지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 우연을 기다리다 보면 이미 더 이상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갑자기 도박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필자가 변호인으로 만난 상당수 피고인들이 도박 때문에 범죄로 내몰린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역적 특성상 수원지법 관할 구역에 있는 피고인들 중 상당수는 한국마사회가 합법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도박인 경마와 적지 않은 인연을 맺고 있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최고의 명문대 법대 대학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던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를 소총을 든 강도로 돌변하게 만든 장본인도 바로 경마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도박은 요행을 바라는 인간의 본능적인 심리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요행을 바라는 사람이 또한 빠지기 쉬운 게 사기꾼의 유혹이다. 사기죄 피해자들은 제3자가 보기에는 말도 되지 않는 거짓말에 쉽게 빠져든다. 요행을 바라는 사람들은 사기꾼의 감언이설을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며 실현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그의 두뇌에는 이미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요행에 의존하는 회로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기망한 사기꾼은 정말로 엄한 처벌을 받아야 하겠지만 어이 없는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자도 요행을 바랐던 자신의 솔직하지 못한 기대를 한번쯤 반성할 필요가 있다.

우연이나 요행을 바라는 사람은 한없이 불행하게 마련이다. 우연이나 요행을 바라는 간사한 마음으로부터 벗어나 정당한 노력에 따른 확실한 결과를 추구하는 게 마약보다 무서운 도박에 중독되지 않고 가증스러운 사기꾼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 가장 손쉬운 마음가짐임을 새삼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민기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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