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을 심는 사람들

강용 수원생명의전화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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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7년이었다. 그해 아카데미 수상작이며 장 지오노의 원작이었던 영화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의 어느 고원지대, 사람들의 분별없는 욕망으로 나무를 마구 베어 자연이 헐벗으면서 시냇물과 우물까지 말라 마을은 폐허가 된다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줄거리는 과연 어떻게 진행됐을까. 영화가 늘 그랬듯, 이때 외롭게, 하지만 당당하게 어떤 의로운 일을 실천하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물론 그 주인공이 부딪쳐야 할 상황들은 만만찮다.

그 땅에 남겨진 단 한 사람, 엘지아 부피에라는 양치기. 그는 이처럼 척박한 현실에서도 신념을 꺾지 않고 묵묵히 땅에 대한 소박하고도 경건한 믿음으로 매일 나무를 심고 가꾼다.

한 사람의 몇 십년에 걸친 지속적인 노고와 헌신 끝에 마침내 황무지는 푸른 숲으로 뒤덮이고, 맑은 강물이 흐르며 새들이 지저귀는 생명의 땅으로 되살아난다.

장 지오노는 첫 마디를 통해 “세상일이란 것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거야. 특히 어떤 사람이 정말로 훌륭한 사람인지 아닌지 판단하는 일은 쉬운 게 아니지. 참으로 훌륭한 사람의 업적은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비로소 그 참다운 가치가 알려지는 법이란다”라고 말한다.

장 지오노는 이렇게 강조하기도 했다. “이 사람은 평생 동안 돈이나 명예 등을 바란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렇지만 이 사람이 이루어 놓은 업적은 우리가 사는 세상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고 후세 사람들에게 크나큰 은혜를 베풀었단다.”

새로운 한해가 시작돼 많은 사람들이 새롭고, 큰 계획을 세우며 힘차게 나아가려고 한다.

2008년 무자년(戊子年) 한해에는 다른 계획들보다 장 지오노의 원작 ‘나무를 심은 사람’에 나오는 엘지아 부피에의 노인처럼 정말 작은 일이지만, 소중하고 가치있는 일들을 실천해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넘치기를 소망한다. 아마 필자만의 소망은 아닐 것이다.

황무지 같은 세상에 희망의 씨앗을 심는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사회는 점점 밝아질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닌 나부터 시작하자. 작은 일부터 실천에 옮기자.

단 기간 내에 결과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지켜보며 희망의 씨앗을 심으면 황무지가 푸른 숲으로 변하듯, 황량한 세상도 좋은 세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아니 그렇게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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