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는 ‘라보엠’ 공연 도중 발생한 화재로 올 10월까지 공연을 모두 중단하고 전면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다. 화재가 발생한 후 기자를 포함해 여러곳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요지는 예술의전당 화재로 인해 그 관객들이 성남아트센터로 이동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또한 성남의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정책 관계자들은 성남아트센터의 관객층을 확대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필자는 그 전화를 받으며 성남아트센터의 위상이 예술의전당과 어깨를 겨눌 정도가 됐다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예술정책 관계자나 예술에 관심이 많은 시민, 심지어는 예술의전당 직원 등까지 예술의전당 화재로 인해 성남아트센터로 관객들이 이동하지 않을까에 촉각을 곤두 세울 정도니 말이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하우스, 밀라노의 라 스칼라 극장 등과 더불어 세계의 3대 오페라극장으로 불리는 런던의 로얄 오페라하우스는 ‘코벤트 가든’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별칭은 이 극장이 자리 잡은 시장(市場)의 명칭이다. 여기서 도보로 10분 거리에 ‘잉글리시 내셔널 오페라’의 전용극장인 런던 콜릿세움이 있다. 로얄 오페라하우스의 화재로 인해 그 관객들이 런던 콜릿세움으로 이동했는가를 연구한 보고서가 있다. 답은 “아니다”였다. 그 연구가 진행된 건 예술의전당 화재 후의 똑같은 질문이 당시에 이어졌기 때문이었다.
영국의 사례는 고객들이 단순히 화재로 인해 극장에 대한 선호를 바꾸는 게 아니라, 극장 고유의 정체성에 좌우된다는 것을 웅변하고 있다.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몇년 전만 하더라도 수도권에서 서울 중심의 예술구도와 경쟁한다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그러나 지금 성남아트센터는 이미 예술의전당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형성하며 독자적 고객층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제 성남아트센터는 문화도시 성남을 별칭하는 도시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다른 도시의 공연장들이 ‘예술의전당’이라는 명칭을 지명 뒤에 붙일 때, 성남은 당당히 ‘아트센터’를 고집했다. 그 고집 속에는 극장 고유의 정체성을 도시의 비전으로 담아내려는 의지가 있었다. 성남이라는 도시가 세계 예술의 중심(Art Center)으로 나서는 꿈! 글로컬(Global+Local)의 시대, 성남아트센터가 세계의 공연장으로 웅비하는 힘은 여기에 있다. 지역이 바로 세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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