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여행

곽노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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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겨울은 포근한 날씨에 아직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아 겨울다운 운치가 크지 않다. 겨울여행하면 제일 먼저 연상되는 것은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이다. 시베리아의 넓은 평원에 펑펑 눈이 내리고 대 설원을 기차가 달리면 하얗게 부서지는 눈보라의 멋진 풍광과 경쾌한듯 애잔한 주제곡의 선율이 어우러져 오랫 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기차여행은 사계절 내내 동심과 추억 등을 불러일으키는 색다른 낭만이 있지만, 특히 겨울에는 세찬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 기차에 몸을 맡기고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눈 덮인 산야의 고즈넉함을 감상하며 편안한 시간을 즐기는 여유가 있다.

요즈음 여행패턴은 예전과 달리 주 5일 근무 등으로 가족단위 여행이 증가했고 여행일정도 훨씬 여유가 있으며, 유명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잘 알려지지 않은 실속 여행지를 찾아가는 체험여행을 선호하는 추세다. 최근 자치단체들마다 다양한 축제들을 펼치고 코레일도 기차와 축제와 연계한 테마상품들을 운영하고 있다. 겨울 히트상품들로는 정동진 해맞이축제와 환상선 눈꽃여행, 태백산 눈꽃축제 등이 있다.

임금이 거처하는 광화문을 기준으로 정 동쪽에 위치한다 하여 이름 붙여진 정동진은 일출의 장관과 함께 선풍적인 시청율을 자랑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장으로 알려지면서 여주인공이 머물렀던 소나무, 이른바 고현정 소나무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야간열차에 몸을 싣고 달려와 플랫홈에서 바로 탁트인 동해바다의 해돋이를 만날 수 있고 청량한 새벽 바다에서 동행들과 어깨를 맞대고 일출시간을 카운트해보는 기다림의 묘미도 맛볼 수 있다.

태백선과 영동선 등을 운행하는 환상선 눈꽃축제 열차도 인기 있는 여행상품이다. 풍기, 승부, 추전 등으로 이어지는 환상선의 설경은 차창 밖 풍경 하나 하나가 한폭의 동양화를 옮겨 놓은듯 단아하고 절제된 아름다움이 있으며 하늘도 세평 땅도 세평이라는 승부역에 이르면 복잡한 일상을 탈출한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태백산 자락에서 펼쳐지는 눈꽃축제는 볼거리가 풍성한 소문난 이벤트로 백두대간 트레킹을 겸할 수 있는 재미난 여행코스다.

겨울에 눈이 많이 내리면 풍년이 든다고 했던가! 올 겨울은 대풍 기원이 눈이 돼 내리고 수평선을 힘있게 박차 오르는 희망찬 태양의 기운이 온누리에 퍼져 모두가 건강하고 부자되는 한해가 돼 가볍고 즐거운 마음으로 배낭을 꾸릴 수 있는 편안한 나날이 되길 바란다.

곽노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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