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는 ‘공식적 지식창고’다. 자연·사회·인간에 대한 이해가 이 창고 속에 들어 있다. 산업화 이전 사회는 ‘실험’이 아니라 ‘우연’과 ‘비법(秘法)’의 전수, 또는 학습을 통해 자연을 이해했다. 실험과 연구 등을 통한 자연의 이해가 산업화사회로 가는 길을 닦았다. 그리고 대중적인 ‘공식적 지식창고’가 등장했다.
정보화사회에선 가설과 전제조건 등에 관계없이 ‘지식창고’들이 넘쳐나고 있다. 가설이나 전제조건 등에 대한 설명방식이 다양하고 이해의 차이가 이런 경향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래서 ‘공식적 지식창고’는 ‘무허가’, 또는 ‘비공식적’ 지식창고의 도전을 받게 마련이다.
2008년은 대한민국 정부수립 60주년이 되는 해이다. 더구나 신정권 등장으로 새로운 기대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밑바닥에는 ‘선진국’·‘선진화’에 대한 열망이란 합의가 깔려 있다. 이런 목표 달성을 위해 갖춰야 할 역량과 겪어야 할 도정(道程)에 대해 눈을 기울여야 한다.
베이컨은 인간지식 오류의 원천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인간본성에서 유래한 ‘종족의 우상’, 편견에서 유래한 ‘동굴의 우상’, 언어와 의사소통에서 유래한 ‘시장의 우상’, 학파의 오류에서 유래한 ‘극장의 우상’ 등이다. 사례·경험·전례(前例) 없는 우상(偶像)을 저마다 들고 확신에 가득찬 내적논리를 갖추고 나오면, 그 욕망을 모두 충족할 수 있는 사회는 없다. 각자가 자기 이해에 입각해 ‘공식적 지식창고’를 이해할 때는 이미 그것은 교과서로서 자격을 상실한 것이다. 선진화는 그래서 어렵다.
칭기즈칸 군대는 고비사막에서 최종 훈련을 1주일 동안 수행했다고 한다. 첫날은 6시간 휴식시간을 준다. 매일 휴식시간을 줄여, 마지막 날에는 휴식시간 없이 포위·공격·후퇴훈련을 실시했다. 그 목표의식·헌신·인내력은 사상 유례없는 것이라고 기술하는 책도 있다. 최고의 상태를 지향하던 몽고의 꿈을 실현하는 도구였다. 물론 정복당한 자들의 이야기는 생략됐다. 그래서 모든 역사 교과서 결론은 이렇게 적고 있다. “피와 땀과 눈물 등의 총량(總量)은 동일하다. 땀과 노력의 양과 피와 눈물의 양은 반비례(反比例)한다.” 이것이 교과서의 기본이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이런 의지가 관통해야만 정직한 교과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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