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 일이지만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에야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명소가 됐지만 당시만 해도 그렇지 못했던 서해대교의 건설현장에서의 일이다. 아산만 바다를 건너는 길이 7.3㎞의 초대형 교량인만큼 홍보팀이 그냥 두질 않는다. 이른바 홍보투어에 열을 올렸다. 각계각층 인사들이 공사현장을 견학할 수 있게 했던 것이다.
어느날 그 엄청난 규모의 공사현장을 바라보던 어떤 분이 목놓아 감탄하기를 “내가 낸 세금이 어디 갔나 했더니…. 다 여기 와 있구나!”라고 말했다. 모르긴 해도 자신이 낸 세금이나 통행료를 제대로 쓰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던 게 아닐까? 어디 그뿐이겠는가! 이런 일에 쓴다면 세금이든 통행료든 기꺼이 내겠다는 다짐까지 하고 돌아갔을 게 분명하다.
세금이란 말이 나왔으니 한마디 더하고 싶어진다. 필자는 지난해말 직원들과 함께 유출 기름제거 자원봉사로 태안 소근리 해안을 다녀 온 적이 있다. 작업요령을 일러주러 나오신 소근리 이장님 말씀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이 흡착포도 모두 국민들의 세금으로 마련한 게 아니겠습니까? 기름이 흥건하게 묻을 때까지 사용해야만 쓰레기량도 줄이고 세금도 아끼는 일입니다.” 못 미더운지 두번 세번 당부하시는 게 아닌가! 그 황당한 일을 당하고서도 나라 살림살이 걱정이라…. 자원봉사한답시고 좋은 버스 타고 다닌 우리가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런가 하면, 우리 주변의 일상은 어떤가. 안타까운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얼마 전 이웃집 이삿짐을 내리고 떠나려는 화물차 기사님에게 화물칸에 남아 있는 신문지와 골판지같은 짐부스러기를 내려 놓고 가라고 했더니만 “그냥 두세요, 고속도로에서 달리다 보면 다 날아가 버립니다”고 말했다. 이 철없는 기사님을 어찌 할꼬…. 고속도로에 쌓이는 쓰레기나 낙하물 등을 치우려다 고귀한 목숨까지 희생된 경우가 이제까지 수십명에 이른다는 걸 알리는 없다. 수도권 고속도로에서만 발생하는 쓰레기를 처리하려고 해도 연간 40억원이 넘게 들고, 전국 고속도로로 계산하면 수백억원이 필요한 걸 모르는 게 당연하다고 치더라도 그 기사님의 그 태도가 우리의 일상이 되선 안된다. 고속도로에 쓰레기를 버리거나 짐을 흘리고 다니는 일은 우리가 낸 세금을 날리고 다니는 것이나 다름 없다. 기왕 내는 세금이나 통행료를 쓰레기 치우는 비용으로 쓰기 보다는 우리 지역 숙원사업인 인천대교나 제3경인고속도로 건설에 쓰이게 하는 게 훨씬 낫다. 정초부터 태안의 소근리 이장님이 자꾸 그리워진다.
장동화 도공 군포지사장 남서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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