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보단(大報壇)

변우복 김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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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미국 골드만삭스는 오는 2025년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7만달러를 돌파해 미국과 일본 등에 이은 세계 3위의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게다가 오는 2050년에는 일본까지 제치고 세계 2위로 도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믿어지지 않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귀가 솔깃하다. 그렇게 되는 날이 반드시 돌아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수많은 기적들을 만들면서 살아왔다. 40~50대가 학창시절을 보낸 70년대만 해도 이렇게 발전된 나라에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꿈도 꾸지 못했다. 그저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만 생각했을뿐…. 많은 국민들이 해외 나들이에 나서고 연간 무역규모가 7천억달러가 넘어 선 나라, 우리 문화는 한류의 바람을 타고 세계를 누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뿌듯하다.

아무래도 우리 민족은 앞으로도 뭔가 세계에 더 많은 일을 해낼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우리는 옛날부터 대단한 민족이었다. 가까운 조선시대만 해도 당시 지식인들은 세계 1위의 문화국민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명·청교체기인 17세기 이 땅의 지식인들은 조선을 세계의 중심, 즉 중화(中華)로 여겼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명나라가 망하고, 새로 들어선 청나라는 미개한 여진족의 나라이니 예학과 성리학의 전통이 살아있는 조선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으로 생각됐던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숙종 30년(1704년) 대보단(大報壇)을 설치하고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도와준 신종과 명나라 마지막 황제인 의종의 제사를 지낸다. 중국을 대신해 하늘의 아들, 즉 천자의 나라가 됐음을 대내외에 천명한 것이다.

골드만삭스의 예견대로 우리나라가 20년 후 현대판 대보단을 쌓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경제뿐만 아니라 철학, 사회학, 생명과학, 물리학 등 인문과학·자연과학이 골고루 발전하고 문학, 음악, 미술, 영화, 만화 등 모든 예술 분야에서 세계에 우뚝 선 문화대국이 됐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발전에 교육자들도 한몫 거들었다.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교실에서 묵묵히 가르친 것밖에 없는데 무슨 애국이냐며 겸손해 한다. 내로라하는 제자들이 없는 선생님들은 더 그렇다. 그러나 작은 빗방울이 모여 시내가 되고, 나중에는 강을 이루는 것처럼 평범한 여러 선생님들의 작은 정성이 이 나라를 지금에 이르게 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선생님들의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학생들이 한층 한층 꿈의 탑을 쌓아 올리는 한해가 됐으면 한다.

변우복 김포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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