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제17대 대통령으로 이명박 후보가 선출됐다. 당사자 본인에게 우선 먼저 축하할 일이다. 국민들에게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는 정반대의 색깔을 가진 정치인으로 어필이 된 느낌이다. 이런 까닭에 이명박 당선자는 큰 표 차이로 정동영 후보를 누를 수 있었다고 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의외로 노무현 대통령과 이명박 당선자는 성격상 상당한 공통점을 지닌 정치인일 수밖에 없다는 느낌이 든다. 이들은 먼저 지독히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지독한 가난 속에서 어렵게 공부하고 입신양명의 기회를 얻었다. 대통령이 되는 과정 역시 하늘이 도왔다고 보아야 할 정도로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만들어 냈다. 노 대통령이야 말할 것도 없고,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생각한 사람이 몇명이나 있었는지 의문이다.
필자 역시 위 두분과 마찬가지로 빈천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운 좋게 공부를 잘해 사법시험을 거쳐 판사로 임용되기도 했으니, 이 정도면 상당히 출세한 셈이다. 돌이켜 보건대 좀 더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필자의 성격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여유롭고 독선적이지 않으며 남을 먼저 배려하는 방향으로 형성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렵게 자란 사람은 마음 한 구석에 씻을 수 없는 상처가 있다. 그 상처는 성격 형성에 크나큰 영향을 주게 된다. 자기 자신은 뛰어난데도 쉽게 그 뜻을 펴지 못하게 된 어린 학생들은 우선 부모님, 특히 아버지를 원망하고 아버지의 권위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선생님이나 어른들의 말도 쉽게 흘리곤 한다. 나보다 더 우위에 있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들을 자신 위주로만 판단하게 된다.
필자가 무심코 본 초등학교 생활기록부에는 ‘경솔하다’는 표현이 가끔 등장하고 있었다. 노 대통령과 이 당선자도 예외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려운 환경에서 입신양명, 대통령이 됐다는 건 높이 평가할만하다. 하지만 어려운 환경으로 일부 잘못 형성된 마음가짐을 바로 잡을 수 있어야 진정한 지도자가 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들과 비교해도 본인 자신의 부정은 적었을 것으로 본다. 이러한 노 대통령이 재임 중 다른 어느 대통령들보다 좋지 못한 평판에 시달렸던 이유는 이 당선자가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가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는 절대로 가벼워서는 안 된다. 이 당선자가 명심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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