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일상에 숨가쁘게 달려오느라 뒤돌아 볼 겨를도 없이 지내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남은 카렌다 한 장이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처럼 쓸쓸함을 더해준다.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를 들으며 세모가 가까워진 것을 느낀다. 그럴 때마다 연초에 설계했던 계획들이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고 반성하게 된다.
전철역 맞이방 한 모퉁이 있는 자선남비에 손을 넣는 사람은 할머니, 할아버지, 신사, 숙녀, 학생, 그리고 엄마 손을 잡은 해맑은 꼬마 등 우리가 늘 부딪치는 평범한 사람이다. 서로 어려운 이웃들을 생각하고 나눔을 권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정성이 모아지고 따뜻한 마음이 서로 전달된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의 동참이 건전한 사회를 지탱하는 커다란 힘이 된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봉사하거나 봉사하는 것을 보기만 해도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현상을 연구한 결과 하버드대는 ‘데레샤 효과’라고 공식적으로 정의했다.
우리들은 저마다 한해를 뜻깊게 보내며 많은 생각들을 한다. 연초에 계획했던 많은 내용들이 어떻게 실행됐으며 어떤 결과를 보였던가? 주위 친지들의 말을 들어보면 한해를 만족하게 보냈다는 사람보다는 아쉬움이 더 크다는 사람들이 많다. 또다시 내년에는 반드시 휼륭한 무엇을 하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굳게 다진다. 한해를 후회 없이 마무리했는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정말 보람있게 생활했는가?
몇년 전 미국의 한 심리학 전문지에 ‘진정한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행복을 작고 평범한데서 찾으라”고 주장한 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평생 한두번 겪을까 말까 하는 터질듯한 감동보다는 일상에서 자주 느끼는 작은 만족감이 행복 증진에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든 것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물질만능시대라고 해도 돈이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다. 즉 돈은 많을수록 생활에 편리한 수단이 될 순 있지만 그에 비례해 행복해지는 건 아니다. 따라서 행복의 조건은 긍정적인 태도, 자부심, 유머감각, 그리고 적극적인 여가와 자원봉사활동 등으로 물질적인 것보다 일상생활에서의 작은 만족감이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한해를 돌아보면서 새해는 일상생활부터 행복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해 본다. 우리 모두가 진정한 마음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고 사회를 위해 봉사하며 배려한다면, 베푼 자가 오히려 도움을 받은 사람들보다 훨씬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곽노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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