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특수를 겨냥해 가수들의 콘서트와 뮤지컬 공연 등이 폭발 상황이다. 가수들 저마다 연말 공연과 디너쇼 스케줄에 분주하고, 수년 전만해도 구경하기 힘들었던 뮤지컬도 서울에서만 수십편이 일시에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물에 콩 나듯 몇몇의 스타 공연에 만족해야 했던 과거와 견주면 양적인 면에서 장족의 발전이라 할만하다. 때로 “언제부터 우리가 이렇게 공연을 즐겼나”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문화 소비태도와 마인드가 정착돼 간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얼마 전 뮤지컬 ‘맘마미아’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가 공연 중 사고로 환불사태가 터졌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공연이 개막도 하지 못하고 취소되는 불상사도 속출하고 있다. 공연 관람으로 연말의 친목 분위기를 만끽하려던 관객들 입장에서는 낭패가 아닐 수 없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도 불만스럽기는 한가지다. 공연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향이다. 객석 어느 쪽에 앉아도 소리가 잘 들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 가수 공연이나 뮤지컬은 음향수준에 있어서 형편없는 경우가 많다. 어떤 자리냐에 따라 사운드가 천양지차다. “반주에 묻혀 가수 노래가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거나 “꽝꽝 울리기만 하지 전혀 사운드의 맛이 없다”거나 하는 불평들이 늘 공연후기에 따라붙는다.
기획을 봐도 그렇다. 대중가수 공연이든 뮤지컬이든 재탕 삼탕이 너무나 많다. 해외 팝가수나 클래식 공연의 경우도 내한이 벌써 수차례인 경우가 허다하다. 외국 가수나 오케스트라를 데려와 한번 흥행에 성공하면 한사코 그 가수와 팀에 집착한다. 흥행이 충분히 검증된 뮤지션과 콘텐츠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상기한 ‘맘마미아’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등도 여기에 속한다. 웬만해서 처음 시도하는 공연에는 겁을 낸다. 그러니 좀처럼 참신한 공연물을 접하기가 어렵다. 새로운 공연, 좋은 공연, 본고장에서 화제를 모은 공연의 유치를 기대하는 관객수준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유가 뭘까. 공연이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여전히 답보상태라는 유서 깊은 비판이 왜 지금도 계속되는 것인가. 한마디로 이것은 공연기획사의 철저한 수익중심의 상업논리 때문이다. 공연무대는 거액이 오가는 상황이기 때문에 비즈니스 사고 없이는 곤란하다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무대예술 행위가 철저히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에 기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기획사들은 자사의 매출만을 생각하지, 정말 중요한 관객들의 예술적 만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사실상 일방통행이다. 그래서 티켓판매가 부진해 공연이 취소되고 공연장 관리에 만전을 기하지 못하며, 음향에 허술하고, 내한했던 외국 가수가 지겹게 또 오는 안타까운 상황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문화계 전체가 바탕을 이루는 두 축인 예술과 산업 가운데 급속히 산업 쪽으로 중력을 옮기고 있다. 이를테면 돈을 최우선시하는 것이다. 예술과 비즈니스 상호균형이 깨지면서 그에 따른 피해를 보는 측은 소비자와 수용자들이다. 돈 되는 공연, 많은 공연보다 절실한 것은 좋은 공연이다. 기획이든 내용이든 우리의 공연은 너무나 허술하다.
임 진 모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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