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등화장치는 안전장치

장동화 한국도로공사 군포지사장 남서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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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Abraham H. Maslow)의 욕구 5단계설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우리네 가장 기본적인 욕구 중의 하나가 안전과 안정일 게 분명하다. 교통사고 현장의 비참함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는 고속도로에서도 안전이 제일 먼저다. 안전한 도로여건을 갖추는 일이야 고속도로 관리자인 우리의 몫일 수밖에 없지만 안전수칙을 잘 지키는 일은 운전자가 맡아줘야 마땅한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까울 때가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 단체 저 기관 할 것 없이 교통안전이나 교통예절 캠페인을 벌이는 걸 보면 주로 운전자들을 대상으로 한다. 교통사고 원인을 분석해 봐도 운전자 과실이 대부분이다. 안전욕구가 기본이면서도 이를 실천하지 않는 게 아이러니다. 한때 어느 시민단체가 펼친 캠페인 중에는 ‘낮에도 차량 전조등을 켜자’는 것이 있었다. 이 또한 교통사고를 줄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다른 계절과는 달리 겨울철은 해가 늦게 뜨고 빨리 지는 게 순리요, 자연스러움이자 우주과학의 법칙이다. 이처럼 계절에 따라 운전자 습관도 자연스레이 바뀌어 가면 좋으련만 그렇지 못하는 게 인간의 법칙이 아닌가 싶다. 해가 긴 계절에야 일반적으로 출·퇴근시간에도 날이 밝기 때문에 전조등이나 차폭등을 켜지 않아도 안전상 큰 무리는 없다.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낮이 짧아 빨리 어두워지기 때문에 출·퇴근이 어두운 환경 속에서 이뤄진다. 그렇다면 등화장치를 켜는 시간도 과학법칙에 맞게 이뤄져야 하지만 우리는 아직 습관화되지 않은 것 같다.

낮이라고 할지라도 비가 내리거나 안개가 끼면 등화장치를 켜야 마땅하다. 자신의 안전은 물론 다른 운전자 안전을 위한 교통예절에 속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고속도로에만 나가 봐도 아직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운전자들이 많다. 그만큼 사고 확률이 높아지고 우리네 안전 욕구는 희생되는 것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한두번쯤은 경험했을 일을 필자도 겪은 적이 있다. 퇴근길에는 이미 어둠이 내려와 있었고 차로 변경을 시작하는 순간 뒤따르던 차량이 그제서야 전조등을 껌벅이면서 항의하는듯 했다. 사실 뒷 차량이 등화장치를 켜지 않고 과속으로 따라왔기 때문에 후사경으로도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사고로 이어지지 않은 게 행운이었다.

사람으로 치면 등화장치는 눈과 같다. 등화장치를 켜지 않고 다니는 경우는 눈을 감고 길을 가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도로는 혼자만의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나의 안전 욕구도 중요하지만 타인의 안전을 희생시켜서도 옳지 않다. 타인의 안전까지 배려하는 교통예절, 등화장치를 잘 쓰는 습관부터 기르면 어떨까?

장동화 한국도로공사 군포지사장 남서울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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