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아일랜드를 4박5일 일정으로 다녀왔다. 아일랜드 더블린과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등지의 음악현장을 보고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우리와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는 점을 포착하게 됐다. 사실 음악관계자로서 여러 측면에서 닮은 점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아일랜드와 과연 우리와 어떤 점이 다를까하는 궁금증을 갖고 떠났다.
아일랜드는 외세의 침공과 종교 갈등 등으로 점철된 고통의 역사라는 점에서 우리와 거의 닮아 있다. 무엇보다 우리처럼 나라가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등으로 갈려 분단의 아픔을 겪고 있다. 아일랜드 출신의 록그룹 유투(U2)가 세계적인 존재로 비상한 것은 활동 초기부터 아일랜드의 통일을 부르짖으면서 세계 각국으로부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IT의 신흥강국으로 근래 국민소득이 5만달러에 이를만큼 경제가 급성장한 것도 유사하며 아일랜드 역시 우리처럼 그에 따른 후유증을 경험하고 있는듯 했다.
아일랜드는 앞서 설명한 유투처럼 세계적인 명성의 가수들을 다수 배출했다. 밴 모리슨, 시네드 오코너, 엔야, 크랜베리스 그리고 치프턴스 등등. 독특한 켈트족 정서, 이른바 켈틱 정서를 바탕으로 한 그들의 음악은 영·미 팝과 록 등과는 달라 국내 음악계에 한때 켈틱 열풍을 몰고 오기도 했다. 양상과 범위는 다르지만 최근 우리에게도 한류라고 하는 문화상품 수출의 흐름이 있다.
그러면 무엇이 달랐을까. 퍼브(Pub)라는 이름의 그다지 크지 않은 공공 유흥업소는 영국과 아일랜드 등을 비롯한 유럽을 관광하는 사람들은 꼭 들러보는 명소다. 주말이 되면 많은 더블린 사람들이 도심의 퍼브를 찾아 새벽까지 술과 음악 등을 즐긴다. 퍼브들마다 손님들이 꽉꽉 들어차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밖에서 웅성거리는 게 눈에 띄었다. 사람들이 여유 있게 음악을 즐기고 술을 마시기에 퍼브는 너무 비좁았지만 그런데도 접촉이나 추행사고가 일절 없다고 안내자는 귀띔해준다.
놀라운 사실은 60대 노부부와 20대 새파란 청년들이 함께 어우러져 스스럼 없이 음악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가족과 지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신세대와 기성세대는 조금의 거리낌 없이 대화를 나누고 생음악 연주와 노래에 맞춰 함께 합창하며 흥을 만끽하고 있었다. 한 젊은이에게 물으니 “어른들이 옆에 있어 더 즐겁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로선 좀처럼 목격하기 힘든 광경이다. 우리 같으면 젊은이들이 출입하는 업소에 어른들은 들어가기가 어렵다. 홍대 앞의 댄스클럽들은 기성세대 출입을 원천 봉쇄하는 곳도 있다. 반대로 청춘들은 물이 다르다는 이유로 기성세대가 가는 업소들 출입을 꺼린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문화공간이 엄격히 나뉘어 있는 게 솔직한 현실이다. 음악도 신세대 음악과 ‘7080음악’으로 분리의 울타리가 쳐져 있다.
이게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대중문화는 세대간의 상호작용으로 내공과 몸집 등을 불린다. 대물림은 기본이다. 그렇지 않으면 음악과 음악인의 장수는 보장받기 어렵다. 우리처럼 세대간 문화적 단절이 두드러지면 음악은 짧은 유통기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새로운 문화가 출현하더라도 기존의 문화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점을 아일랜드 방문을 통해 절감했다. 우리 대중문화의 취약점이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신·구세대가 같이 어울리는 공존의 방법론을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우리의 대중문화는 부피가 커진 대신 내실을 다지지 못해 변화에 너무도 취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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