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의 실크로드

곽노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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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은 우리의 삶에 참으로 많은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줬다는 생각과 함께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뇌리를 스친다. 우선 어릴 적 추억으로는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로 시작되던 동요에서부터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긴 것은 기차”로 길게 이어지던 우리말 놀이 등 어린 시절의 기차는 우리에겐 꿈이요 설렘의 대상이었다. 하얀 연기를 내뿜으며 산모퉁이를 돌아 나오는 기관차의 꽁무니로 연 걸리듯 끝없이 이어지던 열차를 하나 둘 세면서 걷던 시골길과 비라도 내리는 휴일이면 아득하게 귓전을 울리던 먼 기적소리 등은 첨단 과학문명과 디지털시대를 살아가는 오늘날에도 잊을 수 없는 향수에 젖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

기찻길은 어린 동심이 꿈과 희망을 키우며 살아가는 곳이고 새로운 지역과 교류하며 젊은 기상이 어우러져 사랑과 추억 등이 싹트는 곳이다. 기찻길은 국가발전의 대동맥이며 삶에 지친 현대인들이 활력을 되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레저문화의 공간이기도 하다. 어디 그뿐이랴. 설날이나 추석 등 명절이면 부모 형제를 만나러 고향을 찾아가는 효행의 길이기도 하다. 이처럼 기찻길은 생산의 길이며 희망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고속철도를 운영함으로써 우리의 기찻길은 첨단 과학기술의 집적체인 KTX열차가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싣고 달리는 길이 됐으며, 남북을 이어 세계로 달려가는 ‘철의 실크로드’이자 디지털 문명과 아날로그적 정서가 공존하는 ‘퓨전로드’인 것이다. 이제 기찻길은 우리의 추억과 낭만의 길을 지나 한반도 냉전해소와 인류번영의 기찻길로 새롭게 한단계 도약할 수 있게 된다.

철도는 대량 수송이 가능한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써 도심의 교통 혼잡을 해소할 수 있고 다른 교통수단들에 비해 정시성과 안전성 등이 월등히 높아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우리 철도는 영업거리 3천390㎞에 불과하고 시설이나 장비 등이 열악한 실정이므로 활발한 물적·인적 교류와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위해 정부차원의 과감한 투자와 시설확충이 필요하다. 과밀화와 집적화 등으로 교통난이 심각한 수도권에서 2천400만 주민들의 교통편의 증진과 교통난 해소 등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앙선·경춘선·경의선·경원선·수인선 복선전철화사업을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경부선 서울~시흥간 선로용량 부족 해결을 위한 우회노선 건설과 남북철도 운행에 대비한 투자도 부지런히 준비하는 등 국민 모두가 따뜻한 관심과 사랑으로 철도네트워크 구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곽노상 코레일 수도권남부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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