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

조정아 경기도여성능력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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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으로만 접했던 새터민(탈북) 여성들을 가까이서 만날 기회가 있었다. 올해들어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가 새터민 여성들을 위한 일일직업체험교육을 매월 운영하게 된 게 그 계기이다. 필자는 그동안 주중(駐中) 한국대사관에 진입하기 위해 애쓰는 북한 동포들에 대한 이미지 정도 밖에 없었다. 심지어 ‘새터민’이란 용어 자체가 생소했을 정도로 관심 밖의 일이었다. 새터민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차원으로 막연히 생각했을 뿐이었다. 그러나 막상 새터민 여성들을 위한 교육을 시작하면서 여러가지를 느끼게 됐다.

처음에는 그 규모에 놀랐다. 매월 100여명의 새얼굴들을 접하게 되면서, 많은 새터민들이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사회에 이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하는 건 비단 새터민들 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안정적 발전을 위해서도 절실한 일이라는 사실도 절감했다. 그것은 더이상 ‘새터민’들만의 일도, 이를 담당하는 관계 행정기관만의 일도 아니라 바로 내 이웃과 내 자녀와 긴밀히 연관된 문제임을 실감했다.

또 다른 한편 이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과 우려가 교차되는 게 솔직한 심경이었다. 경기도여성능력개발센터에서 많은 전업주부들의 교육과 취업을 목격해온 필자로선 이 여성들이 사회에서 부딪치게 될 장벽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에서 교육받아 나름의 사회적 배경이 있는 여성들에게도 쉽지않은 사회생활인데, 새터민 여성들이 한국 사회를 헤쳐나가기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을까, 이들은 그 속에서 버텨나갈 무슨 자원을 갖고 있나 하는 생각들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새터민 여성들은 하나같이 씩씩하고 밝았다. 열심히 강의에 경청하는 귀와 열정으로 반짝거리는 눈을 소유하고 있었다. 이를 보며 새터민 여성들이 경험했을 수많은 인생 역경이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성공하는데 훌륭한 자원이 될 것이라는 기대도 생겨났다.

마치 이곳에서 만난 많은 전업주부들이 특별한 사회경험은 없더라도 가정생활을 통해 쌓아온 ‘갈등중재’와 같은 경험들이 훌륭한 사회적 자원으로 전환된 것처럼, 이들이 가진 한국 정착까지의 경험도 적절한 사회적 지원과 관심, 그리고 포용력이 수반된다면 우리 사회의 발전적 에너지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필자가 만난 그 반짝거리는 여성들이 언젠가 우리 사회를 이끌어가는 멋진 여성들이 돼 재회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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