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에 필요한 로스쿨은

백 윤 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전 법무법인 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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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집안에 의사, 변호사는 있어야…”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세상사가 다들 비슷한지 외국 역시 유사한 말들이 있다. 예를 들면 미국에도 그런말이 있는데 우리나라와 다른 점은 의사, 변호사 외에도 자동차 수리공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동차 수리공이 의사나 변호사와 같이 선망의 대상이라기보다 아마도 자동차가 생활의 필수품인 미국인 입장에서, 자동차정비 서비스가 의료서비스나 법률서비스만큼 생활에서 가장 많이 필요한 분야이며 동시에 서비스 수요자와 공급자간 정보 이해도에서 심각한 불균형을 이루는 소위 ‘정보의 비대칭성’에 공통점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법률서비스 공급자인 법률가에 비해 법률지식이 현저히 부족한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에 얻기 위해서는 많은 변호사들이 배출되어 경쟁과 특성화를 통해 법률시장을 다양화, 전문화하는 것이 좋은 방안일 것이다. 법학전문대학원 제도는 이런 취지에서 도입된 제도이다. 2009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법학전문대학원제도 즉 로스쿨(Law School)제도는 대학에서 다양한 학문을 전공한 졸업생들을 3년의 대학원 교육과정을 통해 다양한 직역의 전문화된 법조인을 양성해 국민들에게 각 분야에서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의 원래 취지와는 달리 현재 전국 대학에서는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를 위한 광풍이 불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 유치되면 법조인을 희망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학부부터 그 대학으로 몰릴 것이고 이는 곧 입학성적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는 학교와 그렇지 못한 학교간의 위상이 급격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자명해 보인다. 이 때문에 경기도를 포함한 지방의 대학들은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이름으로 각 도 또는 광역단체별로 최소한 하나의 법학전문대학원이 설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면 당연히 지역이 발전된다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설득력이 없다. 자칫 잘못하면 지역에서 길러낸 변호사들이 너도나도 서울로 몰려가 변호사를 개업할 것이기 때문이다.

진정으로 지역의 법학전문대학원이 지역발전에 공헌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색에 맞는 변호사를 육성하는 프로그램의 개발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예향의 도시인 전주는 문화콘텐츠를 보호, 발전, 육성시키기 위한 지적재산권 또는 엔터테인먼트 법을 특성화한다거나 자연환경이 우수한 강원도는 환경보호를 위한 환경법 전문가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우리 경기도는 어떠한가? 경기도는 서울보다 많은 인구가 거주하는 경제적인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지역이며 특히 60만개 이상의 중소기업이 활동하고 있는데 아주대학교가 외부에 의뢰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 의하면 경제적 여유가 있는 대기업과는 달리 많은 중소기업들은 고비용으로 인해 사전에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고 대형 분쟁이 발생한 경우에만 변호사를 찾는 실정임이 확인되었다. 우리 경기도 중소기업들에게 필요한 것은 저렴한 가격의 양질의 법률서비스인 것이다.

이에 필자가 재직하고 있는 아주대학교 법과대학은 지역의 발전에 공헌하기 위하여 중소기업의 창업에 필요한 인허가 절차에서 시작해 기업 활동 과정에서 대기업과의 공정한 경쟁을 위해 필요한 법률서비스, 세무 관련 법률서비스 그리고 국제적 진출을 위해 필요한 무역 통상 법률서비스 등 중소기업 운영에 필요한 전 과정에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중소기업법률전문가’를 양성을 위한 ‘중소기업법무’를 특성화 목표로 정하고 오래 전부터 준비해 오고 있다. 아울러 지역 친화적인 교육 계획을 수립하고 졸업 후 지역 봉사에 따른 각종 인센티브도 구상 중이다.

한 집안에 의사나 변호사가 있더라도 집안일에 관심 없고 가문의 발전에도 도움이 안 된다면 별 필요가 없을 것이다. 경기도의 2007년은 경기 지역발전에 진정으로 공헌할 법학전문대학원의 유치가 절실한 순간이다.

백 윤 기 아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 전 법무법인 두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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