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인류에게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 그들 품에 안기고 싶다!” 러시아의 대문호인 톨스토이가 80대에 무단 가출하면서 남긴 말이다.
톨스토이는 그렇게 가출해 모스크바 근교 어느 간이역에서 쓸쓸한 최후를 마쳤다. 그런데 상당한 재산에다 세계적인 명성까지 얻은 그가 무엇이 부족하고 아쉬워 어느날 갑자기 팔십 노구를 이끌고 집을 나서야 했을까?
그 답은 바로 지고(至高)한 휴머니즘 뿐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그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상당한 재산을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하인들에게 나눠준 걸로도 유명하다. 물론 그러한 그의 재산처리 때문에 야기된 가족들, 특히 부인과의 마찰이 가출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마찰의 원인 역시 그의 휴머니즘이 아닌가 싶다.
그런데 휴머니즘과 로맨티시즘(낭만주의)은 무슨 관계가 있을까? 진정한 낭만주의는 당연히 휴머니즘과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필자는 믿는다. 인간은 모두 자연의 일부분인만큼,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볼 때, 그만큼 아름다운 이 세상의 모습을 기대하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신동엽의 서사시 ‘금강’을 보자. “오, 아름다운 노을/ 저 노을을 볼 때 우리는 이 세상/ 어떻게 미워할 수 있단 말인가// 오, 아름다운 하늘/ 저 하늘을 볼 때 어떻게 이 세상/ 서러워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시인은 아름다운 하늘과 노을을 보며 이 세상에 대한, 인간에 대한 애정과 사랑을 부르짖고 있다. 사람은 산천의 아들인데, 그럴 수 밖에 없지 않겠는가! 필자 자신도 해마다 새봄에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들을 보며 내 삶의 모습과 이 세상의 모습을 돌아보며 자괴감에 젖은 게 한두해가 아니지 않는가!
로맨티스트는 휴머니스트가 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자연에 대한 예찬은 곧 바로 인간의 삶에 대한 애착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독자 여러분은 로맨티스트인가, 아니면 휴머니스트인가, 아니면 로맨티스트이면서 휴머니스트인가? 아니면 그도 저도 아닌가! 아름다운 하늘과, 그 하늘 한켠을 수놓은 아름다운 저녁 노을을 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계시는가?
홍 성 훈 여주대학 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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