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8·15를 맞으며

홍 문 종 경민대학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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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임에 틀림이 없다. 그토록 많은 침략과 내란 속에서도 반만년의 역사를 줄기차게 이어 내려오고 있으며, 또한 21세기에 이르러 국운이 융성하고 도약할 기미가 보이기에 더욱 더 우리에게 크나큰 자긍심을 갖게 한다.

지금 역사적으로 중요한 이 시점에서 우리의 장·단점을 잘 살펴보고 장점은 장점대로, 단점은 단점대로 잘 발전·승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본다.

배달의 민족이나 단일민족·한민족 등의 자부심이 우리의 저력이요, 중국과 일본의 틈바구니 속에서도 우리의 정체성(Identity)을 유지할 수 있었던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러나 21세기 글로벌시대에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 세계화의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약점으로 작용할지도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독자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한다.

미국 유학시절 한국에서 자장면집을 경영하다 미국으로 이민 온 중국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당시만 해도 외국에서 한국식 자장면을 먹기가 어려운 시절이어서 맛있게 한그릇을 해치우고 난 후 주인과 이야기를 나눴는데, 그 사람이 이야기한 내용을 간추려보면 한국 사람처럼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국민은 없다는 것이었다. 세계 어느 나라에 가도 차이나타운이 번성하고 있는데 한국만 철저히 탄압(?)하고 학대(?)해 중국인들이 발을 못 붙인다는 취지의 이야기였다.

우리의 자부심을 지켜나가는 건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외국의 문물을 수용하고 외국인들에 대한 배려나 관심의 폭을 넓혀야 한다. 예를 들면, 자동차 수십만대를 내다 팔면서 외국차를 사면 매국노처럼 여겨서는 안된다. 진정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철저히 경쟁하고 살아남아야 현대도, 그리고 기아도 국민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게 아닌가.

외국 연수 노동자들에게도 따뜻한 인류애를 베풀어야 한다. 불과 얼마 전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던가. 해외여행 중에도 우리의 모습이 그들에게 어떻게 보여 질 것인지를 생각하자.

19세기말의 쇄국은 우리 민족에게 치명상을 입혔고 국제질서 속에서 거의 흔적을 감추게 될 지도 모르는 위기에까지 이르렀었다.

작금의 21세기 또 다른 형태의 어리석은 쇄국은 바로 단일민족이나 한민족의 탈을 쓰고 우리가 남에게 배타적이고 독선적으로 변해가는 지도 모르는 채로 변해 가도록 만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길을 잘못 가면 또 다시 지난 100년의 암흑의 역사를 되풀이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서 8·15를 맞이하자고 한다면 너무 지나친 것인가를 필자 자신과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홍 문 종 경민대학장·철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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