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프가니스탄에 의료봉사를 떠났던 한국인 23명이 탈레반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벌써 이 가운데 남자 두 명은 숨진 상태이다. 정부는 이러한 초유의 납치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 모든 방법들을 가동하고 있는 것 같다. 피랍자 가족들은 마음을 졸이며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다. 이러한 사태는 미리 예견된 게 아니냐는 의견들도 있지만 사실 봉사활동을 위해 체류 중이었기 때문에 이런 상황까지 발생하리라곤 쉽게 생각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런데 국내에서 피랍자들을 비난하는 누리꾼들의 댓글이 피랍자들의 명예를 훼손하고 가족들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하고 있다. 물론 이번 봉사단을 기획하고 이끌었던 봉사단체와 당사자들이 준비과정과 현지에서의 안전문제 등에 대해 미숙한 모습들이 있었고, 이로 인해 국민들에게 큰 염려를 끼치게 한 점은 지적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과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피부 색깔과 언어 등도 다른, 그리고 일면식도 전혀 없는 전쟁을 치른 지역에서 간단한 치료조차 받지 못해 죽어가는 아이들과 부녀자들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비용을 들여 의료봉사를 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갔다.
우리는 마더테레사 수녀를 기억한다. 그녀는 캘커타의 빈민굴 극빈자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해 전쟁이 발생한 곳에도 달려가 다친 사람들과 고아들을 돌보는 일에 평생을 헌신했던 성자이다. 우리는 그녀의 삶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녀 역시 어려운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자신의 안전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지는 않았다.
피랍자들을 비난하는 댓글들의 형사적인 책임을 논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봉사단의 헌신적이고 숭고한 희생정신이 그들의 미숙함과 실수 때문에 묻혀져서는 안 되고, 죽어가고 있던 아프가니스탄 아이들과 사람들에 대한 그들의 용기와 사랑, 박애의 정신만큼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비난을 받을 대상은 자신의 형제들을 돕기 위해 봉사 중이던 봉사자들을 납치한 탈레반 정권일 뿐이다.
우리는 봉사단이 보여준 행동의 가치를 폄하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일은 우리 문화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인터넷상의 익명성을 이용해 원색적인 비난성 댓글을 올리는 모습에서 탈피, 성숙한 인터넷 문화를 이뤄 나가야 함과 동시에 오히려 같은 민족이자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이러한 희생정신을 몸소 실천한 봉사자들을 자랑스러워 하고 그들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마음으로 기도할 때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 재 훈 변호사·소산종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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