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낳으면 비행기 타고 아들 낳으면 기차 탄다”는 세간의 농담이 있다.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아지는 시대다. 필자 역시 딸만 둘을 가진 터라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언제나 딸 덕분에 비행기 한번 타볼까 생각하며 웃음짓고는 한다. 하지만 인천항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보면 선뜻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호강을 대표하는듯한 ‘비행기 탄다’는 대목이다.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는 게 아직까지 호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여행문화가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항공여행보다는 선박을 이용한 크루즈 여행이 훨씬 더 고급스러운 휴가에 속한다. 아마 알래스카나 지중해 인근에서 이같은 농담이 생겼다면, “딸 낳으면 크루즈 탄다”고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아직 크루즈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인천항에는 중국 도시 10곳으로 향하는 카페리 항로가 운영되고 있다. 휴가철이나 수학여행 시즌이면 많은 여행객들과 어린 학생들이 카페리를 이용해 중국 여행을 다녀온다. 인천항을 이용하시는 여러 손님들에게 감사의 마음과 함께 송구스러운 마음을 감출 길이 없다. 아직까지 호젓한 여행을 누릴 정도로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시설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시설을 개선하고 고객 서비스 향상을 위해 노력하지만 기존 시설이 워낙 좁고 낙후된 터라 여행객들은 물론 필자 스스로도 만족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은 사실 간단하다. 국제공항 수준의 시설을 갖춘 국제여객터미널을 새로 건립하면 된다. “선박 여행을 하는데 공항 수준 시설이 왜 필요하냐”고 반문하거나 배를 타고 여행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공항 이용객에 비해 낮게 보는 경향도 있다. 그러나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 이용객들이 인천국제공항 여행객들에 비해 질 낮은 서비스를 받아야 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오히려 극장과 쇼핑센터, 호텔 등이 포함된 복합청사로 지어질 새 국제여객터미널은 인천의 명물이 돼 크루즈를 포함한 새로운 여행문화를 만들어내는 문화공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 시작해도 새로운 여객터미널이 건립되려면 5~6년 정도는 걸린다. 착공이 늦어지면 자칫 오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손님들을 낡은 터미널에서 맞아야 하는 낭패를 볼 수도 있다. 인천항만공사가 공사를 서두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인천항 국제여객터미널이 새롭게 건립되는 그때가 되면 “딸 덕분에 인천항에서 크루즈 탄다”는 유행어가 생겨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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